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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시장경제의 선봉 저장성을 가다] 사장만 20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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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는 사장이지만 밤에는 그냥 바닥에서 잔다.'

    중국 동부 저장성(浙江省)의 남쪽에 있는 원저우시 종합상품시장인 상마오청 시장. 빼곡히 들어선 3000개 점포의 주인들은 가게에서 간이침대를 놓고 잘 정도로 열심히 일한다.

    저장성 전체 면적 중 평지가 고작해야 20%밖에 안 되는 척박한 토양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이들을 중국에서 '가장 무서운 장사꾼'으로 만들었다.

    그런 장사꾼들이 모여 저장성은 중국의 31개 성(省)과 직할시 중에서 민간기업이 가장 많은 시장경제의 선봉으로 탈바꿈했다. 인구 4900만명,면적은 10만㎢로 한국과 비슷하지만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최근 발표한 국가(지역) 경쟁력 순위에선 33위를 기록,한국(38위)을 크게 앞섰다.

    ○세계를 휩쓰는 저장 상인

    원저우시 국제무역전시장 한쪽에 지난 5월 문을 연 무역업체 오리스의 수출전시관.원저우산 라이터 안경 면도기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한 상설 전시장이다.

    오리스의 취우안순 부총경리는 "원저우에서 지난해에만 8억개의 라이터를 만들었다"며 "지구 두 바퀴를 도는 물량으로 세계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저우산 안경도 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농민 출신으로 중국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를 일군 완샹의 루관치우 회장은 "최대의 경쟁상대는 한국과 인도"라고 서슴없이 얘기한다.

    루 회장은 지난해 전년보다 34% 증가한 8억20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미국 진출을 추진 중인 중국 최대 민영자동차 지리도 저장성 기업이다.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저장성 기업들은 분야별로 한곳에 몰려 있는 게 특징이다.

    원저우에는 라이터와 안경을 만드는 민간기업만 1400여개에 이른다.

    원저우뿐 아니라 샤오싱시 섬유,하이닝시의 가죽신발,웨칭시의 전기설비,성저우시의 넥타이,주지시의 양말 등 지역별 산업단지가 200여곳(연간 10억위안 이상 기준)에 이른다.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힘은 거미줄처럼 뻗친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파리에 있는 원저우 거리나 해외 도시의 차이나타운 주축세력이 바로 저장상인이다.

    고향을 떠나 중국 내 다른 지역과 해외에서 활동하는 저장 상인이 500만명에 이른다. 해외에 투자한 저장성 기업도 2194개로 중국의 성 중에서 가장 많다.

    투자기업 중 90%는 민간기업이다.

    ○23명 중 한 명이 사장

    세계 3위 저전압 변압기 업체인 정타이그룹의 난춘회 회장이 생업에 뛰어든 건 13세되던 때였다.

    아버지의 사고로 동생들과 부모의 살림을 책임진 그는 구두 수선으로 번 돈으로 중국 최대 전기설비업체를 일궈냈다.

    저장상인들 중에는 이처럼 자수성가한 기업인이 많다.

    개인사업이나 기업을 하는 사람은 모두 200만명이 넘는다.

    전체 성인구 23명에 한 명꼴로 사장이라는 얘기다.

    저장에 상인이 많은 것은 1117년에 고려사절이 머물면서 송나라와 무역창구 기능을 했던 고려사관이 닝보시에 세워질 만큼 개항이 빨랐던 게 이유다.

    특히 장보고가 한반도의 흑산도에서 닝보에 이르는 해로를 처음 개척,문물교류가 활기를 띠면서 저장상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또 명,청대를 주름잡던 상인집단인 휘상(안휘성 상인)들이 주로 저장에 거점을 둔 것도 저장에 상업이 발달한 배경이다.

    근대에는 저장 상인들이 장제스의 국민당에 정치자금을 대주면서 1949년 공산정권 수립 때까지 큰 세력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저장성에서 개인사업자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개혁개방 바람이 몰아친 1980년.당시 중국 내 14위이던 저장성 GDP 규모가 30년이 채 안 된 지난해 4위로 껑충 뛴 것은 그런 바람을 최대한 활용한 시장경제의 힘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저장성=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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