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 기업의 중국 주재원과 현지 중국인들과의 상담 자리.한국 측 주재원이 통역사에게 지금까지의 부진한 실적으로 중국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것에 대해 우선 한국 회사의 잘못을 시인하고,앞으로 배전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중국 측에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그 통역사는 엉뚱하게도 다른 말만 하지 않는가.

회의가 그럭저럭 끝난 후에 한국의 주재원이 통역사에게 따졌다.

"아니,통역이 하라는 대로 통역만 할 것이지,왜 당신 맘대로 말을 바꾸는가?"그 통역이 오히려 화를 내며 하는 말,"상대방 쪽에는 중국 당서기도 같이 앉아 있었는데,만약 내가 당신의 말을 그대로 전달했다면 당신네 거래선은 아마 목이 달아났을 것이다.

여긴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가.

어찌됐든 담당자의 실수로 국가에 손해를 끼쳤다면 그가 당장 해고당할 것 같아 내가 말을 바꿨다!당신은 거래선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외국인과의 상담 시 아무리 외국어에 능통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통역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통역을 활용하는 이유는 의사소통을 하는 주된 목적 외에 시간을 벌기 위한 의도적인 경우도 있다.

1991년 미국 국무장관 제임스 베이커와 이라크 외무장관 타리크 아지즈의 양국회담에서'만약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바로 철수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공격할 것이다'라고 단호히 선언한 베이커 장관의 말을,이라크 통역인 사담 후세인의 동생이 "미국인들은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화나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말만 할 뿐이다"라고 바그다드에 왜곡해 보고했고,곧이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넋 놓고 당한 것은 잘못된 통역이 빚을 수 있는 가장 큰 참사였다.

해당 업종에 대한 지식이 있거나 한국과 국내기업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두루 갖춘 통역사를 찾았다는 것은 해외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데 있어 훨씬 유리한 고지에 서게 한다.

단순한 의사소통 이외에 현지 문화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충고까지 할 수 있는 통역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박준형 문화간 훈련전문가 info@culturec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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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역 활용 9계명 ]

1. 사전에 통역사와 충분히 연습해 서로 긴밀하게 통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2. 통역사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언어 표현을 정중하게 하라.
3. 통역사가 있다고 해서 표현ㆍ몸짓ㆍ감정 등을 자제할 필요는 없다.오히려 적극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4. 통역사가 통역할 기회도 주지 않고 1,2분 이상을 말하지 말라.
5. 통역사가 애매한 표현들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배려하라.
6. 긴 문장이나 부가의문문 또는 부정적인 단어들은 되도록 피하라.
7. 통역사를 쉬는 시간 없이 2시간 이상 잡아두지 말라.
8. 장시간의 상담이라면 2명의 통역사를 두는 것도 좋다.
9. 5분 말할것을 1분으로 줄여 통역했다고 해도 걱정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