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IT(정보기술)주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수급 악화에 실적 부진 우려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연일 하락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낙폭이 지나치다며 매수 시점에 도달했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조짐이 보일 때에나 주가도 반등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디스플레이株 '어찌하오리까'

21일 주요 IT주들은 대부분 52주 신저가까지 추락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만이 간신히 급락을 모면했을 뿐 LG필립스LCD 삼성SDI 등 디스플레이 관련주와 LG전자 팬택 VK 등 휴대폰 관련주,그리고 이와 관련된 부품주들이 대거 신저가 행렬에 동참했다.

LG필립스LCD는 상장 후 최저가까지 떨어졌으며 삼성SDI는 4년여,LG전자는 2년여 만의 최저가까지 각각 밀렸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전기전자업종의 하락폭은 26.7%로 전 업종 가운데 가장 컸다.

특히 5,6월 두 달간은 거의 추락세를 보였다.

최근 3년간 지수가 두 배 오른 점에 비교하면 이들 종목이 얼마나 무기력했는지를 알 수 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뾰족한 반등 재료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반도체 경기는 하반기 중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지만 디스플레이는 하반기까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외국계 증권사들이 앞다퉈 실적전망치를 깎아내리며 외국인들의 IT대표주 매도공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 외국인 매도 진정과 재고 해소여부가 관건

대부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상당수 IT종목들의 하락폭이 '지나쳤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익 전망치 하락폭에 비해 주가 하락률이 더 컸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미국 인플레 우려감이 국내 주력산업인 IT에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IT주들의 실적 전망치가 추가로 낮춰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신영증권 이승우 팀장은 "실적 우려감은 이미 오래된 얘기"라며 "그보다는 기관과 외국계 투자자들의 로스컷(손절매) 물량이 낙폭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외국계 투자자들의 매도공세가 완화되는 시점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업체들의 실적 회복세가 언제쯤 나타날지도 확인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 민후식 연구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7월 실적 발표 기간을 통해 나타나는 주요 업체들의 재고 해소여부"라며 "해소가 가시화된다면 우려감은 어느 정도 가실 것"으로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디스플레이와 휴대폰 관련업체 중 이익 전망이 비교적 괜찮은데도 업종 급락에 밀려 동반 하락한 종목들이 있다고 조언했다.

2분기 어닝시즌을 앞두고 이들 종목을 가려내는 작업도 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대형종목보다는 부품·장비주들로 테크노세미켐 소디프신소재 등 디스플레이 관련주와 인탑스 피앤텔 파워로직스 등 휴대폰 관련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