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과의 충돌이나 핵전쟁 등 인류에 닥칠 수 있는 대재앙에 대비해 식량의 종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종자은행인 '최후의 날 저장고(doomsday vault)'가 세워진다.

19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북극에서 1000km 떨어진 노르웨이령 스피츠베르겐섬에 '스발바 국제종자 저장고'가 건설된다.

이날 착공된 스발바 저장고는 축구 경기장 절반 정도의 크기로 내년 여름께 준공돼 가을부터 본격 가동된다.

농업의 '노아 방주'로 알려진 이 저장고에는 쌀 10만종과 바나나 1000종을 비롯해 양귀비씨만큼 작은 것에서부터 코코넛씨만큼 큰 것까지 총 200만종의 다양한 종자가 보관된다.

핵전쟁과 같은 대재앙이 닥쳤을 때 지구상의 각종 식물이 사라져 식량의 종자를 구하기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는 것이다.

영구 동토층에 미국 연방금괴보관소처럼 두꺼운 벽과 문으로 지어져 지구온난화 현상이 심화되더라도 수십년간 더운 공기가 종자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첨단시설을 갖추게 된다.

보관 중인 종자의 상태를 점검하고 새로운 종자를 추가하기 위해 매년 한두 차례만 저장고의 문이 열린다.

이번 사업을 주도한 '지구 곡물 다양성 트러스트(GCDT)'의 캐리 포울러 집행이사는 "이 저장고는 농업의 모든 것을 위한 생물학적인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발바 저장고의 건설비용은 300만달러로 노르웨이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

연간 운영경비는 첫해의 경우 20만달러이고 3년 후엔 10만달러로 줄어들 전망이다.

GCDT는 운영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2억6000만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현재 10여개국 정부와 종묘 회사,재단 등으로부터 5000만달러를 모금했다.

이미 전 세계에는 미국 중국 등 각국 정부의 국영 저장고나 세계은행 식량농업기구(FAO) 유엔 등이 지원하는 국제 저장고 등 1400개 종자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수십여개만이 종자 보존을 위한 국제기준을 충족하고 있고 장기보존을 위한 기금을 확보한 종자은행은 이보다 더 적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