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DMB 단말기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지상파DMB 본방송이 시작된 지 반 년이 지나고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단말기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100만대를 넘어섰다.

단말기 제조에 나선 업체도 180~190개로 급증해 경쟁이 치열해졌고 조만간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지상파DMB 6개 사업자의 협의체인 지상파DMB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지상파DMB 단말기 판매 대수는 지난 15일 현재 100만5908대에 달했다.

단말기 유형별로는 휴대폰 비중(32.2%)이 가장 크고 차량용(31.2%),PC용 수신기(24.1%),노트북(4.1%)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지상파DMB폰의 이동통신사별 판매 대수는 KTF 19만7103대,LG텔레콤 11만5089대,SK텔레콤 1만1900대이다.

지상파DMB 단말기 판매 대수는 지난 3월 말 50만대를 돌파,7개월 먼저 본방송이 시작된 위성DMB 가입자 수를 추월했고 지난달 말엔 86만대에 달했다.

김혁 지상파DMB특위 정책실장은 "요즘엔 지상파DMB 사용자가 하루 7000명씩 늘어나고 있다"면서 "판매 대수가 급증한 것은 서울 지하철 전 노선에 지하 중계망이 구축된 데다 이동 중에도 월드컵 경기 등을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는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지상파DMB 단말기 시장이 올해 200만대,내년엔 500만대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 3월 지상파DMB 단말기 시장이 2006년 145만대,2007년 306만대,2008년 50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상파DMB의 매력은 공중파 TV 프로그램을 이동 중에도 시청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비스가 무료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지상파DMB 기능은 휴대폰 PMP 노트북 내비게이션 등 웬만한 디지털 기기에 다 들어가는 '감초'가 됐다.

지상파DMB 단말기 수요가 폭발하자 핵심 부품인 멀티미디어칩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씨앤에스테크놀로지는 1분기에만 DMB 부문에서 3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 한 해 2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DMB 특수'에 힘입어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248억원)의 두 배가 넘는 53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하지만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 단말기 업체가 급증,벌써부터 과당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상파DMB 단말기 제조업체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부터 이름 없는 중소기업까지 합쳐 180~190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달 새 생겼다가 없어진 업체가 눈에 띄고 수신 품질이 형편없는 제품을 만드는 군소 업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조만간 중국 업체까지 들어올 예정이어서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