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6조6000억원,두산그룹 6조4000억원,프라임산업 6조1000억원,유진기업 6조원….'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응찰업체들이 써낸 가격이 언론에 낱낱이 흘러나왔다.

국제 입찰 관행상 응찰 기업의 인수가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야 한다.

그런데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의 과잉경쟁 탓인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통째로 새나온 것이다.

"공정하고 뒤탈 없는 입찰이 진행될 것"이라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장담이 무색할 정도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려는 기업들의 의지가 워낙 강한 탓에 입찰을 전후해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했다.

매각주간사의 애널리스트는 입찰을 며칠 앞두고 '누가 유리하다'는 보고서까지 내놓았다가 회수하는 사태까지 빚었다.

캠코와 공자위가 수차례에 걸쳐 "비밀유지협약을 어기면 반드시 찾아내 탈락할 정도의 페널티를 주겠다"고 경고한 것도 과잉 경쟁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는 취지였다.

그런데 정작 입찰가격이 알려지자 태도는 돌변했다.

캠코 관계자는 "우리에게서 새나가지 않은 건 분명한데 어디서 새나갔는지 어떻게 찾아내겠냐"며 "입찰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발뺌했다.

돈만 많이 받으면 된다는 심보가 엿보이는 반응이다.

매각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의지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매각 주체가 정보 누출과 흑색선전을 수수방관한다면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이 공정하게 이뤄질 리 없다. 자칫 국가의 신뢰도까지 떨어뜨릴 수도 있는 일이다. 게임의 룰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는데 잡음이 없을 리 없다. 이번에도 가격이 공개되자 대우건설 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갖고 여당과 캠코가 노골적으로 특정 기업을 밀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응찰 기업 가운데는 캠코의 비밀협약 이행 약속을 들어 매각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 곳까지 있다.

공기관인 캠코는 좀더 책임있는 자세로 입찰가격 유출 과정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협상 우위를 확보하려는 편법이 설 땅을 잃게 된다.

현대건설 LG카드 대한통운 하이닉스 등 매각할 대기업이 줄을 서있는 만큼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김현석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