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직설화법이 문제다"‥말 한마디에 세계주가 연일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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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세계 증시를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세계 증시가 춤을 춘다.
그야말로 '버냉키 장세'다.
물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중앙은행 수장인 만큼 어쩌면 당연하다.
문제는 그가 말할 때마다 증시의 방향성이 정반대로 바뀐다는 데 있다.
똑같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말하면서도 어감이 약간씩 다르다 보니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선 "그린스펀 전 의장이 그립다"거나 "버냉키는 시장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라"는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15일(현지시간) 또 한 번의 발언으로 세계 증시의 흐름을 바꿔놨다.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높은 에너지 가격이 근원 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말이 전해지자 다우 지수는 1.83% 오르며 단숨에 1만1000선을 회복했다.
나스닥 지수도 2.8%나 급등했다.
아시아 증시도 덩달아 오름세를 탔다.
이날 발언은 지난 5일 한 회의에서 말한 내용과 뉘앙스가 약간 다르다.
그는 당시 "근원 인플레이션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곧 '긴축 지속 방침'으로 해석됐으며 세계 증시를 '버냉키 패닉'으로 몰아 넣었다.
그 뒤 10일 만에 느낌이 다른 발언을 했으니 쉽게 말을 뒤집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문제가 됐던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4월27일 의회 증언에서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해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며칠 뒤 사석에서 "시장이 (자신의 발언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CNBC에 의해 보도되면서 신뢰에 먹칠을 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지난달부터 세계 증시는 미끄럼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달 9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주가 하락으로 글로벌 증시에서 증발한 돈은 6조3000억달러에 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이처럼 버냉키 의장의 '설화(舌禍)'가 끊이지 않자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FRB 의장 초기에 겪는 시행착오라는 분석도 있고 그의 메시지는 일정한데 시장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그의 지나친 직설 화법을 문제 삼고 있다.
경제 지표를 놓고 강조점을 달리해서 직설적으로 말하다 보니 시장이 헷갈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경제 지표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으면 그에 따른 행동(금리인상 여부)을 하면 될 것을 "인플레이션이 용인 범위를 넘었을 수 있다"거나 "그래도 근원 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는 식으로 '친절한 해설'까지 해주다 보니 시장이 놀아날 수밖에 없다는 것.'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식의 함축적인 한마디로 시장을 제어했던 그린스펀에 대한 향수가 깊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쨌든 시장이 오르고 싶어하는 시점에 버냉키 의장은 오름세에 다시 불을 붙였다.
이 오름세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소화되도록 내버려 둘지,아니면 다시 한번 방향성을 바꿀지 버냉키 의장의 '입'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세계 증시가 춤을 춘다.
그야말로 '버냉키 장세'다.
물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중앙은행 수장인 만큼 어쩌면 당연하다.
문제는 그가 말할 때마다 증시의 방향성이 정반대로 바뀐다는 데 있다.
똑같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말하면서도 어감이 약간씩 다르다 보니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선 "그린스펀 전 의장이 그립다"거나 "버냉키는 시장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라"는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15일(현지시간) 또 한 번의 발언으로 세계 증시의 흐름을 바꿔놨다.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높은 에너지 가격이 근원 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말이 전해지자 다우 지수는 1.83% 오르며 단숨에 1만1000선을 회복했다.
나스닥 지수도 2.8%나 급등했다.
아시아 증시도 덩달아 오름세를 탔다.
이날 발언은 지난 5일 한 회의에서 말한 내용과 뉘앙스가 약간 다르다.
그는 당시 "근원 인플레이션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곧 '긴축 지속 방침'으로 해석됐으며 세계 증시를 '버냉키 패닉'으로 몰아 넣었다.
그 뒤 10일 만에 느낌이 다른 발언을 했으니 쉽게 말을 뒤집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문제가 됐던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4월27일 의회 증언에서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해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며칠 뒤 사석에서 "시장이 (자신의 발언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CNBC에 의해 보도되면서 신뢰에 먹칠을 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지난달부터 세계 증시는 미끄럼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달 9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주가 하락으로 글로벌 증시에서 증발한 돈은 6조3000억달러에 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이처럼 버냉키 의장의 '설화(舌禍)'가 끊이지 않자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FRB 의장 초기에 겪는 시행착오라는 분석도 있고 그의 메시지는 일정한데 시장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그의 지나친 직설 화법을 문제 삼고 있다.
경제 지표를 놓고 강조점을 달리해서 직설적으로 말하다 보니 시장이 헷갈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경제 지표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으면 그에 따른 행동(금리인상 여부)을 하면 될 것을 "인플레이션이 용인 범위를 넘었을 수 있다"거나 "그래도 근원 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는 식으로 '친절한 해설'까지 해주다 보니 시장이 놀아날 수밖에 없다는 것.'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식의 함축적인 한마디로 시장을 제어했던 그린스펀에 대한 향수가 깊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쨌든 시장이 오르고 싶어하는 시점에 버냉키 의장은 오름세에 다시 불을 붙였다.
이 오름세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소화되도록 내버려 둘지,아니면 다시 한번 방향성을 바꿀지 버냉키 의장의 '입'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