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민족통일대축전이 개막한 지난 14일.광주에는 종일 장대비가 내렸다.

빗줄기는 차가웠지만 개막식은 뜨거웠다.

남북 대표단과 광주 시민들은 하나같이 남북 관계 진전을 축복하고 통일을 염원했다.

하지만 15일자 조간 신문에는 6년 전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기념하는 이번 행사의 열기보다 이를 냉각시키는 미사일 위협이 더 많은 지면을 장식했다.

북한이 이르면 다음 주말 미사일을 발사할지 모른다는 첩보에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는 "적절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광주 하늘은 맑게 갰지만 분위기는 전날보다 어두웠다.

6·15 축전을 지원하고 있는 통일부도 "깊은 우려를 북측에 명확히 전했다"고 발표했다.

행사에 참가한 남북 당국 대표단은 예정했던 참관 행사 대신 비공개로 좌담회를 가졌다.

통일부는 급조된 게 아니라 예정된 좌담회라고 설명했으나 축전의 의미가 미사일 발사 우려로 상당히 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남북간 긴장과 대치는 2000년 정상회담 이래 크게 완화한 것이 사실이다.

북한을 입에 올리기도 조심스러웠던 때가 불과 10여년 전인데 이제는 연간 8만명 가까운 인원이 남북을 오간다.

하지만 북한이 지금처럼 미국과의 '투쟁'에 체제의 존립을 걸고 있는 한 통일 논의는 고사하고 남북간 화해 노력도 계속 난관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휴전 협정부터 우리를 뺀 북한 미국 중국 간에 체결된 것이 우리가 주도하는 화해 논의의 태생적 한계다.

정부가 북한을 달래기 위해 아무리 옆에서 군불을 때도 북한이 대미 적개심을,미국이 대북 불신을 지금처럼 키워 나가는 상황에서는 신발 신고 발바닥을 긁는 '격화소양'일 뿐이다.

북한은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미사일로 협박하는 위험하고 고루한 대외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차가운 시선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은 크리스토퍼 힐 미국 6자회담 대표를 평양으로 초청하면서 미국과 직접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

미국도 한반도 문제에서 참관자가 아닌 이해 당사자임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줄 때다.

광주=정지영 정치부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