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도 초일류 시대] (2) 파괴적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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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디자인 기업'으로 휴대폰 분야에 모토로라가 있다면 MP3플레이어 분야엔 애플컴퓨터가 있다.
애플은 '아이팟' MP3플레이어로 이 시대 최고의 아이콘 디자인 기업으로 우뚝 섰다.
한 입 베어 먹고 남은 사과 모양의 로고와 절제된 단순미가 돋보이는 애플 제품은 '패션 아이콘'처럼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MP3플레이어 최고 히트상품인 아이팟은 4년간 5000만대나 팔렸다.
애플의 성공은 사양산업으로 일컬어지는 PC에서 비롯됐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1998년 나온 데스크톱 PC '아이맥'은 경영난에 빠진 애플을 살린 원동력이 됐다.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FDD)를 과감히 없애고 PC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투명 플라스틱 뚜껑을 씌운 아이맥은 '파격적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아이맥은 '디자인은 디자이너에게 맡기고 기술자는 디자인에 따라 만들면 된다'는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의 '디자인 우선주의'를 반영한 제품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초기에 아이맥을 생산한 업체는 LG전자였다.
LG는 3년 남짓 아이맥 PC를 생산해 전량 애플에 납품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이맥이 나오기 2년 전쯤 LG 디자인팀에서도 비슷한 투명 PC를 고안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디어 차원에서 그쳤다.
기술이 있고도 브랜드 파워와 디자인 마인드가 부족해 '대박'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애플은 지난해 한국 업체들에 또 한번 충격을 줬다.
하드디스크 타입만 고집하던 애플이 '아이팟 셔플'과 '아이팟 나노'라는 플래시메모리 MP3플레이어를 내놓아 세계 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해 버렸다.
이에 따라 MP3플레이어 종주국이자 플래시 MP3 1위국인 한국 업체들은 위기로 몰렸다.
사실 보급형 모델인 '셔플'은 외양은 깔끔하지만 그 흔한 라디오 기능조차 없는 '볼품없는' 제품이다.
녹음,동영상 재생 기능까지 갖춘 한국산 MP3플레이어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다.
기술 트렌드에 역행한 애플의 승부수는 '파괴적 디자인(disruptive design)'이란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최상의 가치를 줄 수 있는 요소에 '올인'하고 나머지는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나도 과감하게 '파괴'하는 것이다.
애플이 가치를 둔 것은 '편하게 음악 듣기'였다.
이 가치를 위해 LCD와 라디오 기능을 빼 99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셔플'을 내놓았다.
한 곡당 99센트에 온라인으로 음악을 내려받을 수 있게 한 '아이튠즈' 서비스 역시 단순함과 편리함을 최우선으로 추구했다.
'서비스도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접목한 셈이다.
소니도 1950년대 '파괴적 디자인'으로 라디오 시장의 판도를 뒤엎은 적이 있다.
덩치가 크지만 음질이 좋은 진공관 라디오가 최고로 여겨지던 때 소니는 잡음은 많지만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 편한 트랜지스터 라디오로 허를 찔렀다.
젊은이들은 무거운 진공관 라디오 대신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집어들었다.
애플은 라디오와 LCD를 버렸고,소니는 '몸집 줄이기'를 위해 음질을 포기했다.
모토로라는 카메라 화소에 대한 집착을 내던졌다.
세 기업의 공통점은 소비자가 환영할 만한 가치를 위해서는 과감하게 버리는 '파괴적 디자인'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바로 이 결단이 이들을 '아이콘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
애플은 '아이팟' MP3플레이어로 이 시대 최고의 아이콘 디자인 기업으로 우뚝 섰다.
한 입 베어 먹고 남은 사과 모양의 로고와 절제된 단순미가 돋보이는 애플 제품은 '패션 아이콘'처럼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MP3플레이어 최고 히트상품인 아이팟은 4년간 5000만대나 팔렸다.
애플의 성공은 사양산업으로 일컬어지는 PC에서 비롯됐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1998년 나온 데스크톱 PC '아이맥'은 경영난에 빠진 애플을 살린 원동력이 됐다.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FDD)를 과감히 없애고 PC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투명 플라스틱 뚜껑을 씌운 아이맥은 '파격적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아이맥은 '디자인은 디자이너에게 맡기고 기술자는 디자인에 따라 만들면 된다'는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의 '디자인 우선주의'를 반영한 제품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초기에 아이맥을 생산한 업체는 LG전자였다.
LG는 3년 남짓 아이맥 PC를 생산해 전량 애플에 납품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이맥이 나오기 2년 전쯤 LG 디자인팀에서도 비슷한 투명 PC를 고안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디어 차원에서 그쳤다.
기술이 있고도 브랜드 파워와 디자인 마인드가 부족해 '대박'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애플은 지난해 한국 업체들에 또 한번 충격을 줬다.
하드디스크 타입만 고집하던 애플이 '아이팟 셔플'과 '아이팟 나노'라는 플래시메모리 MP3플레이어를 내놓아 세계 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해 버렸다.
이에 따라 MP3플레이어 종주국이자 플래시 MP3 1위국인 한국 업체들은 위기로 몰렸다.
사실 보급형 모델인 '셔플'은 외양은 깔끔하지만 그 흔한 라디오 기능조차 없는 '볼품없는' 제품이다.
녹음,동영상 재생 기능까지 갖춘 한국산 MP3플레이어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다.
기술 트렌드에 역행한 애플의 승부수는 '파괴적 디자인(disruptive design)'이란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최상의 가치를 줄 수 있는 요소에 '올인'하고 나머지는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나도 과감하게 '파괴'하는 것이다.
애플이 가치를 둔 것은 '편하게 음악 듣기'였다.
이 가치를 위해 LCD와 라디오 기능을 빼 99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셔플'을 내놓았다.
한 곡당 99센트에 온라인으로 음악을 내려받을 수 있게 한 '아이튠즈' 서비스 역시 단순함과 편리함을 최우선으로 추구했다.
'서비스도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접목한 셈이다.
소니도 1950년대 '파괴적 디자인'으로 라디오 시장의 판도를 뒤엎은 적이 있다.
덩치가 크지만 음질이 좋은 진공관 라디오가 최고로 여겨지던 때 소니는 잡음은 많지만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 편한 트랜지스터 라디오로 허를 찔렀다.
젊은이들은 무거운 진공관 라디오 대신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집어들었다.
애플은 라디오와 LCD를 버렸고,소니는 '몸집 줄이기'를 위해 음질을 포기했다.
모토로라는 카메라 화소에 대한 집착을 내던졌다.
세 기업의 공통점은 소비자가 환영할 만한 가치를 위해서는 과감하게 버리는 '파괴적 디자인'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바로 이 결단이 이들을 '아이콘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