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원유 가스 등 해외 에너지 확보를 위해 발벗고 나서자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신흥 개발국인 중국과 인도가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새로 개발되는 유전과 가스전 등을 싹쓸이할 태세를 보이자 우리 정부도 위기의식을 갖고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산업자원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는 해외 유전 확보전이 결국은 '돈 싸움'이 될 것이란 판단 아래 재원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실탄을 마련하라

정부는 현재 4.1% 수준에 불과한 원유와 가스 등의 자주개발률(원유 가스 도입량 중 우리 자본으로 개발된 원유와 가스의 비중)을 2013년 18%로 높이기 위해선 모두 16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16조원 중 8조원은 예산과 공공자금으로,나머지 8조원은 민간자본으로 조달한다는 것이 정부의 큰 그림이다.

정부가 예산으로 직접 지원하는 대표적 사례가 성공불 융자.유전개발에 실패하면 돈을 갚지 않아도 되고,성공하면 특별기여금과 함께 상환하는 대출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할 수는 없지만 성공불 융자를 계속 늘려나감으로써 기업의 해외 에너지 개발투자 의욕을 고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자본은 유전개발펀드로 8년간 2조원가량을 모으고 정유업체 등 에너지 관련기업의 투자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산자부는 예산 확보와 관련,올 연말로 폐지되는 교통세의 일부분을 해외 에너지 개발자금으로 돌리는 것이 필요하며 22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 투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격적 유전확보로 전환

정부는 지난달 19일 '제4차 국가에너지자문회의'를 열어 유전확보를 공격적으로 추진키로 결정했다.

탐사와 개발 위주에서 생산중인 광구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바꾼다는 얘기다.

탐사와 개발은 돈은 적게 들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이 단점이다.

중국 인도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맞불'작전을 구사하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유전개발펀드에 외국 자원개발전문회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도 허용했다.

석유공사와 민간 개발회사들도 외국 업체에 대한 M&A(인수합병)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도 보이지 않는 전쟁

국민들의 에너지 절약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승용차 10부제를 승용차 요일제로 바꿔 지난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정부는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보다 강력한 제한정책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또 기업들도 하여금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투자를 독려하고 에너지다소비업종에 대해선 에너지 절감을 위한 각종 유인책을 시행중이다.

정부는 장기적으론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에너지원단위(국내총생산 1단위 증가시키는데 필요한 에너지 사용량)를 개선하는 것이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산자부는 특히 고유가 위기를 이기기 위해선 원자력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