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모처럼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두달만에 처음으로 960원대로 올라서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확실시되고 있어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오름세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상승세가 장기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 환율 5일째 상승..두달만에 960원대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시35분 현재 전날보다 4.20원 상승한 96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13일 962.30원 이후 두달만에 최고 수준이다.

지난 5일이후 5거래일간 상승폭은 18원에 달하고 있다.

환율은 연초 1천원선에서 하락세를 지속하며 지난달초 8년7개월만에 최저수준인 920원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후 달러강세 전환으로 하락세를 멈춘 채 횡보세를 보였고, 이달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 `버냉키 쇼크'후 달러 강세.주가 급락


최근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에 따른 달러 강세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 달러화는 이달초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이달 29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이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중순 108엔대까지 하락한 뒤 상승세로 돌아섰고, 최근 115엔대 부근까지 오르며 원.달러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버냉키 쇼크' 등 영향으로 국내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는 점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지난 4월 이후 49거래일간 4조4천억원(약 46억달러)의 주식순매도를 기록하며 달러 수요로 작용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 종결 가능성에 베팅했던 참가자들이 버냉키 의장 발언이후 포지션 조정에 나서는 등 당황해하고 있다"며 "미 무역적자 증가세 둔화와 주요 8개국(G8) 재무회담 등에서 아시아 통화절상압력 완화 등도 달러 강세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언제까지 오르나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 FOMC가 개최되는 이달 말까지는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의 물가지표와 무역수지 등 경제지표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가 최근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환율을 상승시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반기 경기 하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 등 실물경기가 위축될 경우 외국인의 증시이탈 가속화 등 원화 약세 요인이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윤덕룡 연구위원은 "경기가 나아진다는 전망이 없는 상황이라 8%대 성장이 보장되는 중국으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와 함께 우리 당국의 외화유출 촉진 노력 등도 환율 상승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시아 통화들이 중국 위안화의 추가 절상 등으로 강세로 돌아설 수 있어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도 장기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윤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수준을 감안했을 때 환율이 연초 수준인 1천원선을 노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외국인들이 어느정도 차익을 실현한 뒤 증시로 복귀하면 원.달러 상승세도 멈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이달초 원.달러 환율 1개월 전망을 기존 930원에서 960원으로 상향조정했으나, 3개월과 6개월, 12개월 전망은 940원, 930원, 920원 등으로 점진적인 하락세를 점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