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 지원프로그램부(Aerospace Support)는 10여년 전만 해도 보잉의 골치아픈 조직이었습니다.

전세계 여러 지역에 퍼져 있어 집중관리가 힘든 데다 경영 위기 등도 겪어보지 않아 직원들은 혁신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요."

신품질포럼 초청으로 최근 방한한 레조고팔(Vinayak M Rajagopal) 보잉 이사는 자사의 혁신 성공사례에 대해 이렇게 운을 뗐다.

우주항공 지원프로그램부는 보잉의 통합방위시스템(IDS) 사업부 중 하나로,장비의 유지보수를 비롯 훈련시스템 등을 담당하는 서비스 부문.

이 부서는 효율적인 고객만족 시스템 및 프로세스 운영 성과를 인정받아 2003년 미국 말콤볼드리지 국가품질상(MBNQA)을 받았다.

말콤볼드리지 상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 관리 실적이 탁월한 기업에 미국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품질상이다.

당시 우주항공 지원프로그램부는 무려 22개 국가,170여 지역에 퍼져 있었고,근무인원도 1만6000명이 넘었던 방대한 조직이었다.

이 조직을 쇄신하기 위해 보잉은 2000년부터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정밀한 성과측정 시스템 구축.레조고팔 이사는 "제대로 된 성과측정이 고객 만족도 제고를 위해선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과제"라며 "부서의 성과 측정과 고객 만족도 조사는 타사와 비교해 가면서 철저히 지표와 사실에 의거해 실시됐다"고 설명했다.

보잉은 이어 기본 7단계로 나뉜 업무진행 방식을 공식화했다.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는 무엇인가'라는 정의를 1~2단계에서 내리고,'예상되는 성과와 리스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3~4단계를 통해 실시했다.

또 '어떻게,그리고 왜 목표에 도달할 것인가'라는 최종 단계를 5~7단계에서 반복했다. 레저고팔 이사는 "이 과정을 반복해서 실행하자 각 사업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좀 더 분명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보잉은 또 명령의 하향전달 방식도 뒤집었다.

상부에서 목표를 제시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적 조직적 최종 성과 검토를 하고 목표설정에 반영하려면 상향 피드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절차가 자리잡아가면서 보잉 우주항공 지원프로그램부는 2001년 이후 매년 2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라자고팔 이사는 "우리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해 변혁을 이뤄낸 것이 아니라 생활하는 방법과 문화를 바꾸는 데 성공해 혁신에 성공한 것"이라며 "구성원들이 공통의 지식과 프로세스를 공유하면서 에너지와 시간의 유출을 막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