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을 휩쓰는 세계화 광풍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중남미 좌파 정권연합의 등장이 인류사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초강대국 미국의 역할은 어떻게 바뀔까? 유럽 통합과 이슬람 세계의 단결,심화되는 국가 간 빈부 격차,테크놀로지의 발전과 지구의 새로운 지배자 초거대 기업….

'인류의 미래사'(워런 와거 지음,이순호 옮김,교양인)는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입체적이면서도 촘촘한 시나리오로 보여준다.

저자는 미국의 대표적인 미래학자이자 역사학자.그는 1995년부터 2200년까지 지구 역사의 미래 지평을 드넓게 비춘다.

대부분의 미래학 서적이 과학기술 문명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을 포괄하면서 지성사와 철학사까지 아우르고 있어 주목된다.

이 책은 수령 200년 된 거목의 역사를 상기시킨다.

큰 줄기는 앞으로 2세기 동안 펼쳐질 인류사의 굵은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6대에 걸친 한 집안의 가족사가 곁가지를 이루고 있다.

거시적인 역사와 미시적인 개인의 삶을 씨날줄로 엮어낸 것.

서기 2200년,이 책의 주인공인 노(老)역사학자 피터 젠슨이 10살 된 손녀에게 지나간 21세기와 22세기의 지구 역사를 들려준다.

극단적인 자본주의 체제가 전 세계를 뒤덮은 이후 초거대 기업들이 '세계무역컨소시엄'을 결성하고 각국의 정치를 좌우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미국은 유럽연합,태평양공동체 등과 마찰을 빚게 되고 결국 2044년에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

이후 자본주의 체제는 붕괴되고 '세계당'이 평등화 프로그램을 내세우며 전 세계를 하나의 질서로 묶는다.

그러나 거대해진 관료제의 폐해와 획일화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세진다.

자본의 족쇄에서 풀려난 사회에서 인류가 남들보다 많이 가지려는 '소유의 노예' 상태에서는 벗어나지만 그것이 곳 유토피아는 아니었던 것이다.

세계당이 통치하는 새로운 연방체제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공룡같은 관료제로 스스로 무너지는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작은당'이 나타나 세계연방을 해체하고 소규모의 공동체로 재편성한다.

그러나 이 공동체들의 자치 사회에서도 새로운 인간 종의 출현으로 계급 갈등이 생겨나고 젊은이와 노인,남자와 여자의 역전된 관계 때문에 삐걱거린다.

저자는 이처럼 탐욕스러운 자본주의 체제의 뒤를 이어 인류의 염원이 담긴 두 사회가 차례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완전한 평등 사회를 지향한 사회주의 세계연방과 인간의 자유의지를 최대한 구현하려는 아나키즘 공동체.

그러나 이것마저 완전한 대안이 되지는 못한다.

따라서 이 두 사회에서 인간이 '완전'해지지는 않더라도 탐욕이나 경쟁,폭력 등을 넘어서는 모습을 통해 근본적으로 인간의 진보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다.

476쪽,1만8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