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호남과 수도권 일부 의원이 동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5·31 지방선거 참패로 여당 내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의원이 탈당 등을 포함한 자신의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9일 "지방선거 후 여당의 일부 호남 출신 의원들이 '(민주당에) 입당하면 (의원의) 기득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지를 묻더라"며 "이들은 어차피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대선을 치르기는 어렵다고 판단,예상되는 정계 개편에 대비해 먼저 탈당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여당 내 호남과 수도권 의원 일부가 내부적으로 동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토로하는 정도로 당장 탈당까지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해 여당 내 일부 호남 출신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과 만나 무소속 결사체 결성 등 정계개편 문제를 논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수도권 의원은 탈당해 당분간 무소속으로 남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움직임은 여당의 선거 참패 이후 호남 내 입지가 크게 강화된 고건 전 총리의 발빠른 행보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한 여론 조사를 통해 고 전 총리는 호남 지역에서 65%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호남의 대표 주자로서 자리를 굳히는 모양새다.

고 전 총리는 최근 차기 대선을 겨냥한 새로운 정치결사체 성격의 '희망국민연대'를 결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를 계기로 고 전 총리와 여당 내 비노(非盧) 세력,민주당이 연대하는 3자 연대론이 힘을 받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당장 이탈 움직임이 가시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섣불리 여당을 떠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3자연대 문제가 잘 풀리지 않고 지지부진할 경우 일부 의원이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