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경제도시 상하이 시내에서 서남 방향에 있는 쑹장구의 공업단지.한 중국 염색공장의 철거작업이 한창이다.

이 공장이 떠난 자리에는 '허난푸런'이라는 중국의 생명공학 회사가 들어설 예정이다.

염색공장을 철거하는 이유는 에너지 소모가 많고,효율이 낮은데다,오염이 심하기 때문이라는 게 쑹장구측의 설명이다.

상하이에서 지난해에만 이런 기준에 따라 철거된 회사가 1000여개사에 달하고 향후 5년내 3000~4000개 기업을 추가로 도태시킬 것이라는 게 중국 언론의 전언이다. 상하이보다 인프라가 덜 갖춰진 내륙으로 옮기거나 경쟁력 있는 업종으로 전환해야 할 처지에 몰리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이다. 상하이시는 '열등'한 기업을 도태시켜 생겨난 토지에 우수 기업을 유치한다는 복안이다.

상하이만의 얘기가 아니다.

중국의 공장으로 불리는 남부 주장삼각주에 진출한 8만여개 홍콩기업 가운데 5만여개가 환경오염을 이유로 이전을 강요 받을 것(경제관찰보)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이는 후진타오 국가주석 체제 출범 이후 줄곧 강조해온 에너지 다소비형과 환경오염이 심한 업체를 도태시키겠다는 정책 방향에 따른 것이다.

중국 진출 한국기업에도 이미 불똥이 튀고 있다.

중국 진출 한국기업의 4분의 1이 몰려 있다는 동부 도시 칭다오.

얼마 전 만난 칭다오시의 고위 관계자는 "한국토지공사와 함께 한국의 환경오염 업체들을 처리시설이 잘 돼 있는 특정단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칭다오에 10여년 전 진출한 한 한국기업 사장은 "처음 공장을 세울 때 시청에 갔더니 관악대까지 나와 환영을 해줬는데 이제는 도시개발 계획 때문에 외곽으로 옮기라고 압력을 가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중국의 태도 변화만을 탓할 수는 없다.

중국도 맹목적인 성장에서 질과 효율을 따지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열등 기업을 도태시키는 게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현지 진출 외국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기업들도 질과 효율이 높은 쪽으로 기업 체질을 바꾸는 길만이 중국서 살아남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