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 투자분석가는 7일 증시가 속절없이 무너지자 "펀더멘털(내재가치) 논리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장이 연출되고 있다"며 "마지막으로 믿을 곳은 기술적 지표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술적으로 봤을 때 향후 지수는 어디까지 밀릴 것인가.

우선 이날 코스피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1301.40)을 하향돌파한 것에 대해 기술적 분석가들조차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경기선으로 불리는 200일선 붕괴는 증시 흐름이 꺾였다는 의미며,과거 대세상승장에서 200일선이 무너진 사례는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적 분석가들 얘기를 종합하면 이격도(현 주가와 20일,60일선 간의 괴리도) 등을 기준으로 봤을 때 현주가는 분명히 과매도 상태여서 대략 1250~1260선에서 1차 패닉은 저지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200일선이 꺾인 만큼 심리적으로는 최악이어서 향후 수급 상황에 따라 1200선까지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기술적 분석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김정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지수와 20일 이평선의 괴리도는 93% 정도로 과거 평균인 94~104%에 비해 낮아 과매도 권역에 진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통상 이격도가 95% 밑으로 내려가면 기술적으로 과매도 상태로 해석된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위원도 "여러 기술적 지표들이 2004년 4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상태"라며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인도 등 해외 증시도 모두 지수가 200일과 240일선 사이에 위치해 있어 전 세계적으로도 기술적 동시 과매도권에 들어간 상태"라고 분석했다.

유 연구위원은 따라서 "이격도 등을 기준으로 보면 단기적으로 바닥에 접근했다"며 "당분간 가격조정보다는 기간조정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극단적인 과매도 상태인 만큼 추가 가격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5일,20일,60일 이동평균선이 모두 역배열된 상태여서 과거 경험상 최소 한 달 이상 기간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 있더라도 자율반등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상황에 따라 1250선 붕괴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120일 이동평균선에 이어 200일선 마저도 하향돌파한 상태"라며 "심리적으로는 1250선 방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도 "기관의 로스컷(손절매) 물량이 본격화돼 수급마저 꼬이게 되면 1200선까지 별다른 지지없이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