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환경 급변‥통계는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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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원·달러 환율이 8년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급락하자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 날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환율 때문에 잠이 안 온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보고한 '최근 환율 하락의 원인과 영향 분석'을 듣고 난 직후 나온 발언이었다.
KDI는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8조원(국내총생산 대비 1%) 줄어든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하지만 KDI의 이런 분석은 6년 전인 2000년 우리 경제의 산업 구조를 근거로 한 것이다.
정보통신,컴퓨터 산업의 비중이 커진 한국 경제구조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정확도가 떨어진 진단일 수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분석의 토대가 되는 '산업연관표'가 2000년 기준치 밖에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구조는 급변하고 있는데 거시변수의 영향에 따른 경제 현상을 점검할 수 있는 관련 통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예를 들어 산업연관표는 국내총생산(GDP) 집계뿐 아니라 환율하락,유가상승 등 각종 변수들의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사용된다.
특정 상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어떤 상품이 얼마나 투입되었는가를 보여주는 경제구조의 해부도인 셈이다.
문제는 산업연관표의 기준 연도가 5년에 한번씩 변경되는데다 이마저도 기준 연도가 3년이 지난 다음에야 공표되는데 있다.
2005년 기준 산업연관표는 2008년에야 나온다.
이 때문에 최소한 2007년까지 경제학자들은 2000년의 산업구조를 토대로 경제 현상을 분석해야 한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산업구조 개편이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에 산업연관표 작성 주기를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에서 매월 발표하는 임금통계도 유사한 경우다.
이 통계는 5인 이상 상용직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현재 노동자의 절반가량이 임시·일용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임금통계가 과대평가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외환시장에 관한 통계는 분기마다 한 번씩 발표되는데 국제금융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통계는 발표될 시점에는 이미 '죽은 통계'나 마찬가지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외환당국에서는 틈만나면 시장의 쏠림 현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데 시장 상황에 대한 정보를 보다 신속하게 제공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연구소들이 국내 통계와 관련해 가장 아쉬워 하는 점은 '패널통계'의 절대적 부족이다.
패널통계란 특정 표본집단을 선정해서 이들의 각종 변화를 일생에 걸쳐 추적하는 통계로 경제 각 부문의 변화상을 보다 생생히 파악하는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일부 경제연구소에서만 패널 통계를 작성할 뿐 공식 통계기관에서는 작성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 통계관련 기관들은 이 같은 지적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보다 많은 통계를 보다 신속하게 작성하면 물론 좋겠지만 비용대비 효율 문제를 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산업연관표의 경우 한번 작성하는데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재정적 측면의 뒷받침 없이는 통계 작성 주기를 단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통계 작성에 협조해야 하는 기업이나 가계 등의 불편함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보고한 '최근 환율 하락의 원인과 영향 분석'을 듣고 난 직후 나온 발언이었다.
KDI는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8조원(국내총생산 대비 1%) 줄어든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하지만 KDI의 이런 분석은 6년 전인 2000년 우리 경제의 산업 구조를 근거로 한 것이다.
정보통신,컴퓨터 산업의 비중이 커진 한국 경제구조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정확도가 떨어진 진단일 수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분석의 토대가 되는 '산업연관표'가 2000년 기준치 밖에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구조는 급변하고 있는데 거시변수의 영향에 따른 경제 현상을 점검할 수 있는 관련 통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예를 들어 산업연관표는 국내총생산(GDP) 집계뿐 아니라 환율하락,유가상승 등 각종 변수들의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사용된다.
특정 상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어떤 상품이 얼마나 투입되었는가를 보여주는 경제구조의 해부도인 셈이다.
문제는 산업연관표의 기준 연도가 5년에 한번씩 변경되는데다 이마저도 기준 연도가 3년이 지난 다음에야 공표되는데 있다.
2005년 기준 산업연관표는 2008년에야 나온다.
이 때문에 최소한 2007년까지 경제학자들은 2000년의 산업구조를 토대로 경제 현상을 분석해야 한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산업구조 개편이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에 산업연관표 작성 주기를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에서 매월 발표하는 임금통계도 유사한 경우다.
이 통계는 5인 이상 상용직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현재 노동자의 절반가량이 임시·일용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임금통계가 과대평가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외환시장에 관한 통계는 분기마다 한 번씩 발표되는데 국제금융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통계는 발표될 시점에는 이미 '죽은 통계'나 마찬가지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외환당국에서는 틈만나면 시장의 쏠림 현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데 시장 상황에 대한 정보를 보다 신속하게 제공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연구소들이 국내 통계와 관련해 가장 아쉬워 하는 점은 '패널통계'의 절대적 부족이다.
패널통계란 특정 표본집단을 선정해서 이들의 각종 변화를 일생에 걸쳐 추적하는 통계로 경제 각 부문의 변화상을 보다 생생히 파악하는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일부 경제연구소에서만 패널 통계를 작성할 뿐 공식 통계기관에서는 작성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 통계관련 기관들은 이 같은 지적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보다 많은 통계를 보다 신속하게 작성하면 물론 좋겠지만 비용대비 효율 문제를 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산업연관표의 경우 한번 작성하는데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재정적 측면의 뒷받침 없이는 통계 작성 주기를 단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통계 작성에 협조해야 하는 기업이나 가계 등의 불편함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