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이기태 이상완 최지성 이현봉 사장.각각 반도체 휴대폰 LCD 디지털미디어 생활가전 등 삼성전자의 5개 주요 사업부문을 맡고 있는 스타 최고경영자(CEO) 5인의 요즘 표정이 제각각이다.

이들은 때로는 협력하고,때로는 경쟁하면서 삼성전자의 고속 성장을 이끌어왔던 '스타급 전문 경영인들'.그러나 최근 전반적인 정보기술(IT) 경기의 부진 속에 사업부문별 실적과 시장 전망에 따라 이들의 얼굴 표정에서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다섯 명의 사장 가운데 가장 표정이 밝은 사람은 최지성 사장이다.

최 사장이 이끄는 디지털미디어 부문은 TV 홈시어터 프린터 등 주요 제품들의 판매실적이 올들어 급신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출시한 LCD TV '보르도'는 월드컵 특수로 판매가 급증하면서 최 사장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보르도 TV를 선보인 이후 지난달 첫째주에 북미 시장에서 16.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소니(15.1%)를 누르고 처음으로 LCD TV부문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영국 시장에서도 지난 1분기 18%의 시장점유율로 소니를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매 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을 올려왔던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은 한동안 표정이 어두웠다가 최근 들어 조금씩 웃음을 되찾고 있다.

지난 1분기에 낸드플래시 가격이 30%가량 하락한 데 따른 실적 부진으로 고전했으나 지난달부터 가격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를 반영하듯 황 사장은 최근 "반도체 경기는 5월 초가 바닥이었다.

비수기임에도 불구,D램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낸드플래시 가격도 점차 안정되고 있다"며 "특히 새로운 디지털 기기가 출시되면서 낸드플래시 수요는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비해 정보통신(휴대폰 등) 부문을 이끌고 있는 이기태 사장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지난 1분기(2900만대 판매)까지만 해도 순항을 거듭해왔던 휴대폰 부문의 2분기 이후 실적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모토로라와 노키아 등 경쟁 업체들은 최근 저가 제품과 고가 프리미엄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보통신부문 관계자는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와이브로나 DMB 등 새로운 프리미엄 제품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완 LCD총괄 사장은 최근 다섯 명의 사장 중 가장 고전하고 있다.

그래서 표정도 어둡다.

LCD총괄이 고전하는 까닭은 패널 판매가격의 급격한 하락 때문.

시장에서는 2분기 LCD패널 평균 판매가가 지난 1분기 대비 10∼15%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올 정도다.

여기에 대만과 일본 등 경쟁 업체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 IR팀 관계자는 "1분기에 4%대의 저조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는데 2분기에도 별로 개선될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이현봉 생활가전총괄 사장의 얼굴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들어서도 웃음을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 가전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해외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내수경기 침체로 가전 수요도 지난해만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적 계절 가전제품인 에어컨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판매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가량 줄었고,4월과 5월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4%,16% 판매량이 줄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