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3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제주에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 제12차 회의를 열어 경공업-지하자원 협력 방안과 쌀차관 제공,자원개발 협력사업 추진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번 회의는 북측이 지난달 25일 경의선.동해선 열차시험운행을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남북 간 고위급 대화로 오는 27일 예정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열차방북을 성사시키기 위한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병원 재경부 제1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우리측 대표단은 우선 북측이 열차시험운행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시험운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성의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북측에 촉구할 방침이다. 또 북측이 시험운행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경우 남북 간 의견접근을 이룬 비누,신발 등 경공업 제품 생산을 위한 원자재 지원 방안에 합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측이 지난달 19일 열린 경추위 실무접촉에서 열차시험운행과 경협을 연계시키려는 우리측 방침에 대해 '졸렬한 태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타결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자칫 회담 테이블에서 열차시험운행 무산에 대한 책임공방만을 벌이다가 정작 다른 의제는 논의조차 못하고 결렬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열차시험운행은 물론 자원공동개발과 한강하구 골재채취,개성공단사업 등 주요 경협 현안들이 모두 군사적 보장조치에 걸려 있다"며 "북측이 내부적으로 이에 대해 어떤 식으로 입장을 정리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측 대표단은 중국 베이징을 거쳐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뒤 전세기편으로 제주에 도착할 예정이며 양측은 이날 저녁 환영만찬을 통해 상견례를 가진 뒤 4일 오전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회담에 들어간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 경협위는 회담 목표를 말하기 힘들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전망하기 어렵다"며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