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2002년 대한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호주계 맥쿼리생명과 맺은 이면 계약에 대한 논란이 국제 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이면 계약을 통한 대한생명 인수는 정상적인 입찰을 방해한 행위로 인수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며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은 그동안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적법한 투자로 인정받은 상황에서 예보의 중재 신청은 경영권 제약 등 다른 의도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예보는 법무법인을 선정해 7월께 국제 중재를 신청할 계획이다.

판정이 나오기까지는 6개월~1년이 걸리겠지만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계약이 무효라는 결과가 나올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예보 "한화 인수 요건 위배..정상 입찰 방해"
한화그룹은 맥쿼리생명, 일본 오릭스사와 컴소시엄을 구성해 2002년 12월12일 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대한생명 지분 51%를 8천236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참여연대는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비리 의혹을 제기했고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이면 계약이 사실로 드러났다.

예보에 따르면 법원의 1, 2심 판결문에서 한화그룹은 대한생명 인수에 필요한 비용을 자신들이 전부 부담하고 맥쿼리생명의 대한생명 인수 지분(3.5%)은 인수 1년이 지난 뒤 한화건설에 팔기로 하는 이면 계약을 맥쿼리생명과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그룹은 이면 계약 대가로 맥쿼리생명에 대한생명 운용자산 3분의 1에 대한 운영권을 보장하고 이에 따라 맥쿼리생명의 인수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의 곡물(565억원어치 추정)을 맥쿼리그룹에 팔았다는 것이다.

이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대한생명을 조기에 정상화하기 위해 정한 투자자 자격 요건을 실질적으로 위배하고 정상적인 입찰을 방해해 계약 무효 또는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예보의 주장이다.

예보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1, 2심에서 이면 계약 부분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면계약 사실을 숨긴 것은 인정됐기 때문에 민사적으로는 중재 대상이 된다"며 "중재를 통해 계약 무효 판정을 받을 경우 한화그룹이 인수한 대한생명 지분을 다시 인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 등은 작년 2월 대한생명 매각 과정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 감사를 청구했고 참여연대는 같은해 9월 보험업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금융감독위원회에 요청하는 등 대한생명 인수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한생명 매각 당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산하 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주영 변호사는 작년 1월 "한화가 이면 계약으로 맥쿼리생명을 컨소시엄에 참여시킨 것은 계약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화 "적법한 인수..중재 신청 배경 의혹"
한화그룹은 예보의 중재 신청 결정에 대해 "사전협의도 없이 대한생명 인수 계약의 효력을 다투기 위한 중재를 신청키로 한 것은 상관례에 크게 어긋나며 다른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발하고 있다.

법원의 1, 2심 판결에서 이면 계약이 아닌 적법한 양자간 계약이고 예보나 공자위를 의도적으로 속인 사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6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대한생명을 생명보험업계 2위로 성장시켰고 매년 뛰어난 실적을 내고 있다"며 "경영이 정상화된 대한생명의 매매 계약에 대해 사법적 판단 외에 별도의 중재를 신청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화그룹은 내년 12월까지 예보 보유 대한생명 지분 16%를 추가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막기 위해 예보가 중재를 신청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한화그룹이 대한생명 지분 34%, 일본 오릭스사가 17%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16%를 인수할 경우 한화그룹의 단독 지분이 50%에 달해 경영권 독립을 꾀할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예보의 중재 신청은 한화그룹의 대외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키고 대한생명의 경영에도 피해를 주기 때문에 예보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대한생명 매매 계약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