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의 다수결 투표로 경영진을 선출하자는 제안이 세계 최대 석유회사 엑슨모빌 주총에서 큰 호응을 얻어 눈길을 끌었다.

미국 엑슨모빌의 주주들은 지난달 31일 주총에서 경영진이 반대하고 있는 주주제안제도에 대해 대부분 찬성표를 던졌다.

다수결로 경영진을 선출하자는 이 제안을 회사측이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사회의 독단적 경영에 반대의사를 밝힌 점에서 소액주주 운동가들로서는 큰 승리를 챙겼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논란은 리 레이먼드 전 최고경영자(CEO)에게 총 4억달러(3800여억원)에 달하는 초고액 퇴직금을 주기로 한 결정에 대해 미국민들과 엑슨모빌 소액주주들의 분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관투자가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재무부의 리처드 무어는 "휘발유 가격 급등으로 소비자들이 타격받는 데 반해 경영진은 자신의 지갑만 두둑히 채우고 있다"며 분개했다.

이 투자가는 5명의 이사회 이사 후보에 대해 신임을 유보하는 투표를 했다.

주주행동가인 시드니 케이는 엑슨 이사회를 "꼭두각시 같은 실패한 이사회"라고 주장했다.

레이먼드가 퇴직금의 절반을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지난 1월 레이먼드에 이어 회장에 오른 렉스 틸러슨은 이날 CEO로서 처음 맞은 주총이 끝난뒤 기자들에게 "경영진 퇴직금 보상과 관련해 많은 논란과 언급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주총장에서 일부 주주들이 그런 방식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승인하지 않는다는 표를 던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틸러슨 회장은 미국 운전자들의 고유가 불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재로선 휘발유가를 조정할 여지가 거의 없으며 수요 공급 균형을 맞추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릴 것이라는 말로 예봉을 피해갔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