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호가 유럽에서 처음 실전을 치른다.

상대는 북유럽의 강호 노르웨이다.

태극전사들의 컨디션 등 전반적인 상황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미드필더들이 줄부상이고 전체 선수단의 피로도 역시 높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세밀한 임기응변 전략으로 제대로 만난 적수를 상대해야 할 실정이다.

독일월드컵 개막을 눈앞에 두고 국내 축구 팬들의 관심이 온통 노르웨이 오슬로로 쏠린다.

아드보카트호와 노르웨이의 한판 승부에서 눈여겨볼 관전 포인트를 짚어 본다.

무너진 중원 '백업 요원들이 지킨다'

아드보카트호의 정삼각형 미드필더진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정점으로 경험많은 두 베테랑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 김남일(수원)이 섰을 때 최고의 안정감을 자랑했다.

지난 26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에서 초반부터 상대의 심장을 강하게 압박한 원동력은 '한일월드컵 4강 삼총사'의 힘과 경험에서 나왔다.

그러나 현재 이들 세 명이 모두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김남일은 훈련 도중 오른 발목을 접질려 노르웨이전 출전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이을용도 실전에 투입할 몸이 아니다.

박지성도 왼쪽 발목을 다쳐 출전을 100% 보장할 순 없다.

따라서 백지훈(FC서울), 김상식(성남)이 짝을 이루는 더블 수비형 미드필더 카드가 앞문을 단속하고 동시에 돌파구를 열어젖혀야 하는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백지훈과 김상식은 실전에서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다.

지난 1-2월 해외전지훈련 기간에는 백지훈이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김상식은 중앙 수비수 또는 백업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진했기 때문이다.

둘은 '언제나 그라운드에 내보내만 준다면 일을 저지르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정신력에서는 주전 미드필더 삼총사에 전혀 뒤질 게 없다.

박지성 '페데르센 나와라'


박지성은 내심 노르웨이전를 손꼽아 기다렸을 것 같다.

노르웨이 대표팀의 미드필더진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겪어본 모르텐 감스트 페데르센(블랙번)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페데르센은 박지성의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지난해 9월 블랙번에 1-2로 져 시즌 첫 패배를 당했을 때 결정타 두 방을 날린 장본인이다.

박지성은 당시 시즌 네번째 선발로 출전했지만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해 페데르센에게 판정패를 당한 셈이 됐다.

페데르센은 유럽의 정상급 미드필더로 왼발 슛이 일품이다.

발목에 경미한 부상을 당한 박지성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OK 사인만 떨어지면 페데르센에게 깨끗한 복수전을 펼치겠다는 기세다.

스칸디나비아 3국 정복


아드보카트호는 이미 옛 유고 연방팀들을 섭렵했다.

지난해 11월 세르비아-몬테네그로에 2-0으로 이겼고 1월 홍콩에서 크로아티아를 역시 2-0으로 완파했다.

지난 26일 상대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도 두 골차로 가볍게 돌려세웠다.

이번에는 '스칸디나비아 3국'이 목표다.

지난해 11월 '바이킹 군단' 스웨덴과 2-2로 비겼지만 시종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박주영(FC서울)의 결승골로 핀란드를 1-0으로 울렸다.

이제 반도의 가장 북단에 위치한 노르웨이가 제물이다.

원정에서 짜릿한 승리를 챙긴다면 스칸디나비아 3국을 상대로도 2승1무의 절대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유럽 잔디와 날씨 적응이 관건

태극전사들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훈련지에서 의외로 쌀쌀한 유럽의 날씨에 감기 걱정을 해야 했다.

그라운드 잔디도 마찬가지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국내 그라운드와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유럽 대륙이 지반에 습기가 상대적으로 많아 더 미끄럽게 느껴진다는 게 차이다.

이미 설기현(울버햄프턴), 안정환(뒤스부르크) 등 유럽파 선배들은 국내파 후배들이 유럽 잔디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당부한 적이 있다.

K-리그 플레이어들이 유럽 잔디와 심술궂은 날씨를 돌파하는 게 노르웨이전의 관건 중 하나다.

(글래스고<스코틀랜드>=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