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첨단기술단지인 중관춘이 독자기술 개발 열기로 전례없는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베이징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20분 달리면 닿는 중관춘 소프트웨어파크. 이동통신 시스템 업체인 신웨이통신의 입구에 기술개발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혁신 속에 꿈이 담겨있다(創新承載夢想)'. 대외기술의존도를 낮추겠다는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는 현장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이 회사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외국에 의존하지 않는 이동통신 기술인 SCDMA(동기식 부호분할다중접속)를 상용화했다. 소프트웨어에서부터 칩까지 지식재산권을 모두 확보했다.

요즘에는 수출까지 할 정도다. 몽골 스리랑카에 이어 인도에까지 SCDMA를 수출하기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기술을 향상시킨 덕이다.

한자 인식 기술개발 업체 '한왕 커지' 벽에도 독자기술로 세계 시장을 노리겠다는 자신만만한 문구가 걸려있다. '자주혁신 민족브랜드'. 이 회사는 휴대폰에 내장된 카메라로 한자와 영문표시 명함을 찍으면 자동으로 명함정리가 이뤄지는 기술을 휴대폰 기술의 선두주자인 LG전자와 모토로라 등에 제공하고 있다. 장리칭 부총재는 "한글 인식을 위한 핵심기술도 확보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모든 기술은 독자개발한 것으로 최근 특허를 침해한 대만회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냈다"고 말했다.

독자기술개발의 요람으로 변신하고 있는 중관춘엔 해외유학파 7000여명이 들어와 있다. 이들이 세운 기업만 해도 무려 3000여개. 중관춘은 더많은 해외유학파를 끌어들이기위해 올해부터 이들이 창업할 때는 인·허가를 하루 만에 내주고 있다. 이들을 돕기위한 창업보육센터도 40여개 세웠다.

중관춘은 베이징시 5개 지역에 분산 조성돼 있는 중국판 실리콘밸리다. 이곳에 입주한 기업이 지난해에만 낸 특허가 3324건으로 베이징시 전체 특허출원건수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 대외기술 의존도를 50%에서 30%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계획의 성공 여부도 중관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발전전략연구회 류하이보 박사는 "정부가 연말까지 기술혁신을 위한 세제우대 등 각종 조치를 100여건 쏟아낼 것"이라며 잔뜩 부풀어 있다. 중관춘관리위원회의 샤잉치 부주임은 "벤처기업의 최대 고민이 자금 부족이지만 현재 시범운영 중인 증권사를 통한 비상장기업 주식거래가 활기를 띠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금 기술혁신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그 흐름을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이 선도하고 있다.

중관춘=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