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투자로 재미보는 시절은 지났다'는 게 요즘 투자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최근 2년간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과거 5%대에 달하던 시장 평균 배당수익률이 1.7%대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시장금리보다 훨씬 못한 수준이 됐는데도 배당투자를 고집한다면 아마 덜 떨어진 사람쯤으로 통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배당에 대한 관심도 최근 들어 부쩍 낮아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배당투자 전도사'인 곽태선 SEI에셋코리아 사장은 "시장에는 아직도 고배당 중소형주들이 널려 있으며 배당투자만큼 안전하고 확실한 투자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증거를 보여주겠다"며 몇 가지 숫자를 제시했다.

먼저 미국의 사례. 1950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 S&P500지수 구성종목 중 가장 성과가 좋은 주식 가운데 하나로 대표적인 성장주였던 IBM이 꼽힌다. 54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3.83%,단순 누적수익률로 따지면 746.82%다. 그러나 IBM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낸 주식이 바로 고배당주인 엑슨모빌이다. 이 회사 주식을 54년간 보유하고 있었다면 누적수익률은 778.68%에 달한다.

곽 사장은 "미국 증시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1%도 안 되지만 여전히 중장기적으로 보면 배당투자만한 게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말했다. 실제 1999년 1월부터 2005년 7월까지 고배당 종목으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지수와 S&P500지수의 추이를 분석한 결과 처음 2년간은 비슷하게 움직였지만 3년째부터는 고배당지수가 시장평균을 훨씬 웃돌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곽 사장은 "고배당주는 매년 채권금리 이상의 꾸준한 배당수익을 주는 데다 기업 이익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어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시장 상승분 만큼의 자본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하락장에서 배당투자의 진가가 발휘된다고 강조했다. 주가 하락시 배당금 재투자로 주식 수를 늘리고 평균 매수단가도 낮춰 나중에 주가가 상승할 경우 수익률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리는 SEI에셋이 운용하는 배당주펀드에도 그대로 통했다. 2001년 10월에 설정된 '세이 고배당 장기주식형'의 경우 올 들어 지난 4월 말까지 누적수익률이 377.93%로,같은 기간 시장평균 수익률(56.53%)을 크게 웃돌았다. 이 펀드는 2004년 전체 펀드 중 독보적 1위를 달리다 지난해 급등장에서 성장형펀드들에 다소 밀렸으나 최근 하락장에서 수익률이 다시 상위로 올라서고 있다.

곽 사장은 요즘 벤자민 그레이엄(가치투자의 대가)이 쓴 고전 '증권분석(Security Analysis)'이란 책을 다시 읽고 있다. "여기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주식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안정적인 배당(stable dividend)이다. 배당수익률이 국공채 금리의 3분의 2만 되면 충분히 매력이 있다'는 구절이죠. 안정적인 배당을 주는 기업은 이익모멘텀도 우수해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결국 배당수익률에다 자본차익을 더하면 그 어떤 주식보다 낫다는 얘기입니다."

곽 사장은 결국 "장기투자에는 배당주만한 게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도 노후 대비 수단으로 고배당주를 골라 장기간 묻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시장 평균 배당수익률은 낮아졌지만 아직도 연 4%대 이상의 배당을 주는 주식이 60∼70개에 달한다"며 이 가운데 △과거 3년간 안정적인 배당을 해왔고 △현금흐름이나 이익의 질이 우수하며 △향후 사업전망도 괜찮다고 판단된 종목은 적극 사둘 것을 권유했다.

다만 현재 배당을 많이 하더라도 이익이 줄어드는 추세이거나 이익보다 잉여현금으로 배당하는 기업은 가능한한 피할 것을 주문했다. 이런 기업들은 미래 언젠가는 배당을 줄일 공산이 크며 자본차익을 거둘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그는 배당 유망주들이 몰려 있는 업종으로 화학 건설 금융 가스 보험 통신 등을 대표적으로 들었다.

곽 사장은 "배당투자 속도가 다소 느려 답답할지라도 장기적으로 승부를 건다는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