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 인근 수출가공공단에서 발생한 노동자들의 폭동은 올해 말 공단 내 노조 설립 허용 조치를 앞두고 그동안 쌓여온 저임금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한국 섬유업체들은 아직까지 방글라데시를 중국과 베트남에 이어 저임금의 이점이 남아 있는 지역으로 꼽는다.

진출 기업의 절반이 의류 및 봉제업체일 정도다.

이번 폭동이 한국 기업에서 시작되지 않았고 한국 기업만 겨냥한 것은 더욱 아니다.

그러나 현지 진출 업체들은 노무관리에 신경을 더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폭동 왜 발생했나

KOTRA에 따르면 이번 폭동은 다카 인근 사바(Savar) 수출가공공단 근처에 위치한 방글라데시 니트제조업체인 '유니버셜'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22일 벌인 시위에서 비롯됐다.

노사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자 인근 15개 의류업체 노동자들이 대거 가세했고 순식간에 3000여명으로 불어난 시위대가 거리를 막고 경찰과 대치하는 사태로 악화된 것.일부 노동자들은 인근 공장에 무단으로 침입,제품에 불을 지르는가 하면 근무 중인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에게 동참을 요구하기도 했다.

일부 노동자들은 23일에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유리창을 부수는 등 공단지역이 정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경무 다카 무역관 차장은 "기동타격대와 경찰병력이 투입돼 주요 도로를 차단,폭동은 다소 진정국면에 접어 들었다"면서 "그러나 시위가 다시 재개될 것이라는 정보가 있어 한국 업체들은 불안감 속에 임시 휴업조치를 연장했다"고 말했다.

○한국 업체에도 화염병 날아들어

이번 폭동으로 최소 20개의 현지 진출 한국 섬유업체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KOTRA는 일단 파악했다.

사바 수출가공공단에 입주한 한국 업체인 국동(의류제조),대유(염색 및 가공),유풍(모자제조),동창(자수 및 스웨터제조) 등은 폭동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화교계 업체 '링샤이'와 공장이 인접해 있어 기기 및 집기와 유리창이 파손됐고 일부 공장에는 화염병이 날아들기도 했다.

수출가공공단 밖에 위치한 일광(염색 및 자수)도 링샤이 본사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일부 피해를 입었으며,서천무역 공장엔 시위대들이 난입해 직원들이 다치고 집기 등이 파손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KOTRA는 전했다.

KOTRA 관계자는 "과거 임금문제로 노사 간 갈등을 빚었던 화교계 링샤이와 방글라데시 업체 유니버셜이 가장 심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볼 때 이번 폭동이 특정 국가의 기업을 겨냥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 12월 수출가공공단 내 노조 허용을 앞두고 이런 사태가 발생한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