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우려와 원자재 가격 불안 등으로 촉발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는 그동안 상승랠리를 이끌었던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 지역에 투자했던 헤지펀드들이 서둘러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요 이머징마켓 증시가 그동안 저금리에 의한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고공행진을 펼쳐온 만큼 금리인상 우려에 따른 자금 이탈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MSCI 이머징마켓지수 8년 만에 최장 하락

2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 26개 신흥시장국 주식들로 구성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지수는 22일 10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전날보다 4.6% 떨어진 750.01에 마감됐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락과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 계획에 따른 긴축 우려감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MSCI 이머징마켓지수가 10일 연속 하락한 것은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1998년 8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인도 증시는 23일 반등하며 급락세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전날엔 장중 10% 이상 급락하며 한 시간 동안 매매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러시아증시도 22일 9.05% 급락,2003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터키와 브라질 증시도 각각 8.31%와 3.28% 하락했다.

이 같은 이머징마켓의 주가 하락은 금리인상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되면 신흥시장국들의 주력수입원인 원자재 수요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렸던 지난 10일 이후 보름만에 러시아는 24.2% 떨어졌고,인도와 브라질도 각각 16.9%와 12.6% 하락했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으로 채권시장이 상대적인 강세를 나타내고는 있지만 이머징마켓에선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영향으로 채권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머징마켓 달러화 표시채권과 미국 국채 간의 수익률 격차를 나타내는 JP모건의 신흥시장 평균 가산금리(EMBI)는 22일 2.23%포인트로 0.15%포인트 올라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비관할 상황은 아니다"

이머징마켓 증시의 급락 장세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하락세가 오히려 '건전한 조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ING의 데이빗 스페겔 이머징마켓전략가는 "시장은 지금까지 과대평가되고 있었으며 투기성이 강했다"며 "지금은 건전한 조정 국면을 거치며 리스크를 재조정하고 있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신흥시장별로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크레디스위스(CS)증권의 신흥증시 전략팀은 "최근 미국 투자자들을 만나본 결과 헤지펀드들은 신흥증시 비중을 줄일 이유만 찾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보다 저가에 자금 투입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CS증권은 인도증시는 여전히 고평가돼 있고 터키는 환율과 금리 변동성 확대 등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의 급격한 긴축 등 글로벌 거시경제에 큰 변화가 없는 한 브라질 러시아 대만 등 다른 이머징마켓에 대해선 여전히 비중확대 의견이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