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신흥 시장과 원자재 시장이 중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긴축 우려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세계 경제의 '신형 엔진'인 중국까지 성장이 둔화될 경우 투자 심리가 완전히 꺾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중국의 '긴축 신호'가 신흥 시장과 원자재 시장에 'KO 펀치'를 날릴 수 있다는 우려다.



김상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23일 "중국이 추가적인 긴축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제2의 차이나 쇼크'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2004년 4월 중국의 긴축으로 촉발된 '제1차 차이나 쇼크'로 코스피 지수가 한 달 만에 23%나 급락한 것을 비롯 전 세계 증시가 몸살을 앓았다.

지난 22일 전 세계 신흥 시장과 원자재 시장이 급락한 것도 중국 인민은행이 2005년 연례 보고서에서 급증하는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지급준비율 인상 등 추가 긴축 정책을 펼 수 있다고 밝힌 게 직접적 원인이었다.

중국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경기를 식히기 위해 지난 4월 말 기준 금리인 1년 만기 대출 금리를 1년6개월 만에 연 5.58%에서 5.85%로 인상했다.

하지만 올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10.3%에 달하는 등 과열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홍콩 소재 자산운용사 밸류파트너스의 재키 최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이 (중국의) 금리 인상에 대해 겁먹고 있다"며 "금리 인상 때문에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그 결과 원자재 수요가 감소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에 대한 대표적 비관론자 스티븐 로치도 "지금까지의 원자재 가격 급등은 중국의 고성장과 에너지 비효율이 지속될 것이란 잘못된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성장 속도를 늦추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 그동안 원자재 랠리를 뒷받침해 온 중국의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과열을 진정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위안화가 빠른 속도로 절상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인플레(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임금 상승과 부동산 시장 과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 당국으로선 한시름 놓을 수 있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은행과 기업들이 외환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가파른 위안화 절상을 꺼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