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목동의 한 갈비집.소주회사 진로의 한 영업직원이 도우미 2명을 데리고 각 테이블을 돌며 판촉 활동을 벌였다.

테이블마다 '참이슬' 한병씩을 추가 주문해 대신 계산해 주고,다음날 말끔한 얼굴로 출근하라고 마스크 팩도 한장씩 나눠줬다.

비슷한 시간 대학들이 몰려 있는 서울 신촌의 한 주점.두산 주류BG의 소주 신제품 '처음처럼'의 병 모양 캐릭터 인형 복장을 한 판촉 도우미가 대학생들 사이를 바쁘게 누비고 다녔다.

'가위바위보''묵찌빠' 등의 게임을 한 뒤 '처음처럼' 로고가 새겨진 월드컵 응원용 머플러를 나눠주면서.



진로 '참이슬'과 두산 '처음처럼'의 시장 점유율 경쟁이 불붙으면서 판촉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처음처럼' 출시 초기만 해도 팔짱을 끼고 있던 진로가 '처음처럼'이 예상 밖의 기세로 추격해 오자 본격적인 수성 전략을 가동,양측 간 마케팅전이 한껏 달아오르고 있는 것.

진로는 두산의 '처음처럼' 출시 다음 달인 지난 3월부터 업소,할인점,길거리 등에서 전방위적인 판촉물 배포에 나서고 있다.

업소에는 섬유 탈취제나 화장지 등을 지원하고,할인점에서는 여섯병짜리 세트마다 라면 하나씩을 덤으로 끼워주고 있다.

또 길거리에서 '100% 당첨' 스크래치 행사를 통해 시계가 달린 연필꽂이,USB 충전기,1회용 마스크 팩 등을 뿌리고 있다.

지역 상인연합회 등을 대상으로 한 공장 견학 프로그램도 판촉 활동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3∼4월 진로 공장을 다녀간 견학자 수는 6000여명으로,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 가까이 증가했다.

두산은 타깃 고객층인 20대와 30대 등 젊은층 공략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처음돌이'로 이름 붙여진 캐릭터 인형을 활용해 대학가 등에서 게임과 결합된 판촉 활동에 주력하는 한편,월드컵 열기를 이용해 '처음처럼 배' 대학생 온라인 축구 게임 대회를 열고 있다.

다음 달에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총 상금 3000만원을 걸고 마케팅 아이디어 공모전도 개최할 계획이다.

두산 주류BG는 2월 초 '처음처럼'을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250억원가량의 영업·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으며,연내 100억원 정도를 추가 투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로도 지난달에만 40억원의 판촉비를 쓴 것으로 전해지는 등 한치의 양보도 없는 '맞불 판촉전'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처음처럼' 출시 전 5.2%에 머물던 두산 주류BG의 전국 소주시장 점유율은 출시 첫달인 2월 7.3%,3월 8.0%로 올라선 데 이어 지난달에는 8.5% 이상으로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최대 격전지인 서울에서는 1월 7%대에서 2월 11.4%,3월 13.9%로 급증했고,지난달에는 15%대로 올라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두산측은 지난 16일 '처음처럼' 출시 100일을 기념,기자들을 강릉공장으로 초청해 "올 연말까지 소주시장 점유율을 전국 15%,서울에서는 25%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진로측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진로측은 "두산이 신상품 출시 초기의 반짝 상승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그 기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수성 차원의 마케팅을 소홀히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두산측은 "과거의 두산 브랜드 소주들과 달리 알칼리수로 제조돼 '술맛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처음처럼'의 상승세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마케팅 경쟁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