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19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보석 문제에 대해 "처벌과 구속 여부는 엄격히 분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 장관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보석은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석방되느냐는 문제이기에 엄밀히 말하면 처벌과는 관계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천 장관은 '구속 여부를 아주 견고한 틀 속으로 가둬두고 싶지 않다'는 뜻에 동조한 뒤 "원칙론으로 돌아가면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모든 사건들이 지금 말씀드린 (불구속 수사)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되면서도 해당 기업들이나 다른 국민들의 범죄 사이에도 (불구속 수사) 형평이 유지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런 점들을 고려해 법원이 보석 결정을 한다"고 설명했다.

천 장관은 '강정구 교수 사건 때 불구속을 주장해 이번에도 불구속 주장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사건마다 내용이 달라 같은 기준인지 여부를 말씀드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번에 보석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며 정 회장 보석에 반대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날 천 장관의 발언은 정 회장의 인신 구속 여부가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앞으로 있을 정 회장의 보석 신청에 검찰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보석 허가 여부는 법원이 최종 결정하지만 검찰의 견해가 법원 판단의 주요 변수가 된다.

보석 허용 여부는 일반적으로 검찰의 동의 여부 외에 피고인의 건강상태,재판 진행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현재 정 회장은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 데다 연이은 검찰 수사와 수감 생활로 평소 앓아왔던 고혈압 증세가 악화하는 등 건강상태가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변호인단은 조만간 법원에 보석을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 회장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대검 중수부는 여전히 정 회장의 보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정 회장 측에서 보석을 신청하면 불허할 것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물음에 "당연히 그러지 않겠느냐"며 보석 허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보석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보석 신청이 아직 안 됐기 때문에 말씀드릴 단계가 아니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