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한국뿐 아니라 대만 인도 태국 등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반면 이머징마켓(신흥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급격히 둔화돼 외국인의 신흥시장 자금이탈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과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당분간 주가상승률이 높았던 신흥시장 중심으로 이익실현 차원에서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이어지겠지만 추세적인 자금 이탈로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아시아 매도세 확대

그동안 한국시장에서만 '팔자'에 나섰던 외국인들은 지난주부터 아시아 전역에서 매도로 돌아섰다.

한국의 경우 지난달 25일 이후 한 달도 채 안 돼 4조1353억원(코스닥 포함)어치를 팔아치웠다.

대만에선 지난 11~18일 한국(17억9400만달러)과 비슷한 17억6200만달러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인도 역시 2주째 순매도를 보이며 6억3700만달러어치를 팔았고 태국에서도 3억4000만달러의 '팔자'우위를 보였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도 각각 12주와 10주 만에 순매도로 반전됐다.

그동안 이머징마켓 랠리를 주도했던 글로벌 유동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이머징마켓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급격하게 둔화되면서 증폭되는 추세다.

지난 11~17일 1주간 이머징마켓펀드로 자금유입은 총 4300만달러에 그쳤다.

전주에 유입된 자금이 28억6400만달러이고 최근 9주 연속 들어온 자금이 평균 14억1300만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특히 인도관련 펀드에선 자금 유출이 일어났다.

한국관련 펀드로도 순유입액은 전주(35억9900만달러)보다 대폭 줄어든 9억1200만달러에 머물렀다.

◆'추세적 이탈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영향으로 차익실현과 리스크 관리를 위한 외국인 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금리인상 우려에 따른 주식비중 축소는 이머징마켓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며 아직까지 추세적인 자금이탈로도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다음 달로 예정된 100억달러 규모의 중국은행 IPO(기업공개)에 참여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윤용철 리먼브러더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인상은 이머징마켓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며 "외국인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매도 강도를 높이는 이유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 이익실현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일시적으로 1300선을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여름까지는 기간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 임춘수 전무도 "일단 차익실현을 하고 지켜보겠다는 것이지 아예 자금을 빼내겠다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