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와 로맨틱 코미디를 결합한 영화 '달콤,살벌한 연인'은 맛깔스러운 대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110분이라는 상영시간을 짧게 느끼도록 해주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도 '옥에 티'가 있다.

마지막 재회 장면은 두 주인공의 미래를 새롭게 열어놓는 계기가 됐지만,사족처럼 보였다.

게다가 분홍과 파랑이라는 두 사람의 옷 색깔은 진부하게 느껴졌다.

분홍과 파랑은 여성과 남성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색상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여자 어린이에게는 분홍 옷을,남자 아이에게는 파란 옷을 입힌다.

마치 여자는 온순하고 예뻐야 하며,남자는 씩씩하고 진취적이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세뇌라도 시키듯.

그러나 옛 문헌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은 여성들이 오히려 파란색 옷을 즐겨 입었고,남성들이 붉은 색을 선호했다고 한다.

서구문화에서도 성모 마리아가 파란색 옷을 걸친 반면,아기 예수는 분홍 옷을 입고 있는 그림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분홍과 파랑이 각각 여자색,남자색으로 인식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부터 여아에게는 분홍,남아에게는 파란색 옷을 입히는 유행이 처음 생겨났다는 말이 있다.

이때는 남성적인 힘을 상징하는 군복에서 빨강이 사라지고,또 여성이 코르셋으로부터 해방됐던 시기이기도 하다.

색상에 따른 성 의식 개혁이기도 하지만,이는 또 다른 굴레를 만들어냈다.

'섬세하고 부드럽고 예쁜' 분홍과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건강한' 파랑이 주는 색의 이미지 때문에.

물론 요즘은 성별에 따라 옷의 색상을 구별하는 것이 고리타분하게 여겨지고 있다.

미래사회로 갈수록 양성성을 가진 사람이 환영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러한 색 감정에도 불구,분홍 블라우스의 미나(최강희)와 파란 셔츠를 입은 대우(박용우)의 싱가포르에서 만남은 참신한 스타일의 영화를 식상하게 만든 요소밖에 되지 않았나 싶다.

유미하(패션 칼럼니스트) mihar@magic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