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속으로] 유한양행‥'좋은 회사' 뛰어넘어 '큰 회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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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이 올해 팔순을 맞는다.
다음 달 20일이면 1926년 고 유일한 박사가 회사를 세운 지 꼭 80년이 된다.
일제 강점과 한국전쟁,군사독재 등 현대사의 굴곡과 외환위기를 넘어서 또 한차례 돌을 맞이하는 것.지난해 기준 국내 500대기업 가운데 두산,동양화재해상보험(현 메리츠증권),삼양사,진로 등에 이어 5번째 장수 기록이다.
유한은 이러한 강인한 생명력으로 높은 점수를 받지만 무엇보다 지난 80년간의 경영 실적에서 주목을 받는다.
이 회사는 제약업계에서 가장 내실있는 경영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설립 이후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 전후 4년을 제외하고는 지난해까지 76년 동안 흑자(순이익) 기업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유한은 이에 따라 1962년 상장된 이후 지난해까지 43년 동안 단 한 해도 흑자 배당을 쉬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63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주당 1000원씩 총 81억6394만원을 현금 배당했다.
매출은 지난해 3919억원으로 5335억원인 동아제약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순이익에선 동아제약(252억원)의 2배가 넘는 1위다.
이런 실적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유한양행의 18일 기준 주가는 14만5500원.제약업계 최고가다.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시가총액 1조원클럽에 가입했다.
이 회사 하정만 홍보팀장은 "1962년 상장 원년에 100만원을 투자한 주주는 현재 유한양행 주식으로만 20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유한의 이러한 내실은 전문경영인 체제 정착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회사는 1969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창업자 유일한 박사는 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조권순씨(당시 전무)에게 넘겨줬다.
이후 2003년 취임한 차중근 사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7명의 평사원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유한양행을 진두지휘해왔다.
'기업 경영에는 정실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는 유 박사의 뜻에 따라 그의 친인척은 모두 CEO 후보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이런 체제는 특히 그동안 회사가 무모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막고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도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차 사장은 "신입사원들이 자신의 최종 목표를 CEO라고 당당히 밝히는 경우가 많다"며 "누구나 CEO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산성 향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한의 이러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오너경영 체제보다 추진력이 떨어져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유한은 진통소염제 '안티푸라민' 등을 앞세워 1930년대에 제약업계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등 '독주'했다.
이후에도 1960년대까지 줄곧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박카스를 앞세운 동아제약에 1967년 1위를 내준 데 이어 1998∼2001년 4년간 종근당에 2위 자리까지 양보해야 하는 경험을 했다.
하지만 최근 유한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외형 성장에 무게를 두면서 바뀌는 모습이다. 2000년 2204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3919억원으로 5년 만에 2배 가까이 커졌다.
이러한 성장세는 국내 제약 시장이 성장한 데 영향을 받았지만 유한의 경우는 다른 제약사들에 비해 더 두드러진다.
2002년에는 매출 순위도 역시 고성장을 기록한 종근당을 제치고 3위에서 2위로 다시 올라섰다.
올해 1분기 매출은 9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9%나 늘었다.
차 사장은 "과거에 회사가 큰 폭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은 '큰 회사'가 아닌 '좋은 회사'를 지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회사가 시속 40km로 달렸다면 앞으로는 80km로 속력을 2배 정도로 높이는 등 외형을 키우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올해 설정한 회사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15% 성장한 4500억원.이와 함께 중장기 성장목표도 수치로 못박았다.
창립 84주년인 2010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것.
차 사장은 특히 올해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인 십이지장궤양 및 위궤양 치료 신약 '레바넥스'에 기대를 걸고 있다.
레바넥스는 유한양행이 1993년부터 지금까지 2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이 회사 최초의 신약이자 국산 9호 신약.십이지장궤양 환자 23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94.4%의 높은 치료 효과를 나타내 주목받고 있다.
회사측은 레바넥스가 2008년께부터 연간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제품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한은 또 관절염치료제,B형간염치료제,위산억제제 등 3개의 자체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개량신약 분야에서는 고지혈증 치료제,비만치료제,죽상동맥경화증 치료제,항암제 등 4대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회사는 이들 제품을 단기간 내에 상품화해 매출 1조원 달성의 지렛대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유한은 1300억원을 들여 오는 24일 완공식을 갖는 충북 오창 신공장을 성장의 축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 공장은 총 면적 2만8000평,연건평 1만5000평에 지상 4층,지하 1층 규모로 건설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의 첨단 자동화 생산설비와 물류시설,계량시설 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유한은 오창 신공장이 기존 수도권에 위치한 군포공장을 대체함에 따라 앞으로 10년간 1000억원가량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공장 가동으로 기존 제품군의 품질이 향상돼 매출도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FDA 기준으로 설계돼 미국 등 해외시장으로의 제품 수출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다음 달 20일이면 1926년 고 유일한 박사가 회사를 세운 지 꼭 80년이 된다.
일제 강점과 한국전쟁,군사독재 등 현대사의 굴곡과 외환위기를 넘어서 또 한차례 돌을 맞이하는 것.지난해 기준 국내 500대기업 가운데 두산,동양화재해상보험(현 메리츠증권),삼양사,진로 등에 이어 5번째 장수 기록이다.
유한은 이러한 강인한 생명력으로 높은 점수를 받지만 무엇보다 지난 80년간의 경영 실적에서 주목을 받는다.
이 회사는 제약업계에서 가장 내실있는 경영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설립 이후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 전후 4년을 제외하고는 지난해까지 76년 동안 흑자(순이익) 기업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유한은 이에 따라 1962년 상장된 이후 지난해까지 43년 동안 단 한 해도 흑자 배당을 쉬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63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주당 1000원씩 총 81억6394만원을 현금 배당했다.
매출은 지난해 3919억원으로 5335억원인 동아제약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순이익에선 동아제약(252억원)의 2배가 넘는 1위다.
이런 실적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유한양행의 18일 기준 주가는 14만5500원.제약업계 최고가다.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시가총액 1조원클럽에 가입했다.
이 회사 하정만 홍보팀장은 "1962년 상장 원년에 100만원을 투자한 주주는 현재 유한양행 주식으로만 20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유한의 이러한 내실은 전문경영인 체제 정착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회사는 1969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창업자 유일한 박사는 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조권순씨(당시 전무)에게 넘겨줬다.
이후 2003년 취임한 차중근 사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7명의 평사원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유한양행을 진두지휘해왔다.
'기업 경영에는 정실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는 유 박사의 뜻에 따라 그의 친인척은 모두 CEO 후보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이런 체제는 특히 그동안 회사가 무모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막고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도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차 사장은 "신입사원들이 자신의 최종 목표를 CEO라고 당당히 밝히는 경우가 많다"며 "누구나 CEO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산성 향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한의 이러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오너경영 체제보다 추진력이 떨어져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유한은 진통소염제 '안티푸라민' 등을 앞세워 1930년대에 제약업계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등 '독주'했다.
이후에도 1960년대까지 줄곧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박카스를 앞세운 동아제약에 1967년 1위를 내준 데 이어 1998∼2001년 4년간 종근당에 2위 자리까지 양보해야 하는 경험을 했다.
하지만 최근 유한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외형 성장에 무게를 두면서 바뀌는 모습이다. 2000년 2204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3919억원으로 5년 만에 2배 가까이 커졌다.
이러한 성장세는 국내 제약 시장이 성장한 데 영향을 받았지만 유한의 경우는 다른 제약사들에 비해 더 두드러진다.
2002년에는 매출 순위도 역시 고성장을 기록한 종근당을 제치고 3위에서 2위로 다시 올라섰다.
올해 1분기 매출은 9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9%나 늘었다.
차 사장은 "과거에 회사가 큰 폭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은 '큰 회사'가 아닌 '좋은 회사'를 지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회사가 시속 40km로 달렸다면 앞으로는 80km로 속력을 2배 정도로 높이는 등 외형을 키우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올해 설정한 회사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15% 성장한 4500억원.이와 함께 중장기 성장목표도 수치로 못박았다.
창립 84주년인 2010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것.
차 사장은 특히 올해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인 십이지장궤양 및 위궤양 치료 신약 '레바넥스'에 기대를 걸고 있다.
레바넥스는 유한양행이 1993년부터 지금까지 2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이 회사 최초의 신약이자 국산 9호 신약.십이지장궤양 환자 23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94.4%의 높은 치료 효과를 나타내 주목받고 있다.
회사측은 레바넥스가 2008년께부터 연간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제품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한은 또 관절염치료제,B형간염치료제,위산억제제 등 3개의 자체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개량신약 분야에서는 고지혈증 치료제,비만치료제,죽상동맥경화증 치료제,항암제 등 4대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회사는 이들 제품을 단기간 내에 상품화해 매출 1조원 달성의 지렛대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유한은 1300억원을 들여 오는 24일 완공식을 갖는 충북 오창 신공장을 성장의 축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 공장은 총 면적 2만8000평,연건평 1만5000평에 지상 4층,지하 1층 규모로 건설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의 첨단 자동화 생산설비와 물류시설,계량시설 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유한은 오창 신공장이 기존 수도권에 위치한 군포공장을 대체함에 따라 앞으로 10년간 1000억원가량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공장 가동으로 기존 제품군의 품질이 향상돼 매출도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FDA 기준으로 설계돼 미국 등 해외시장으로의 제품 수출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