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신종질환인 셈이다.
특별히 강박증 환자가 늘어났다기보다 정보화 사회에서 사생활 침해라는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진 탓이다.
얼마 전에 불거진 P의원의 술집 몰래카메라가 공개된 것도 단적인 예다.
회사원 이모양(24)은 "요즘엔 누가 휴대폰을 들고만 있어도 나를 찍는 것 같아 괜히 의식하게 되고 불안해져 습관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린다"고 말한다.
주부 김모씨(34)는 "CCTV가 설치돼 있을 것 같아 공중목욕탕이나 찜질방에 가는 것 자체가 불안과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생활에 지장 주면 치료해야
누군가 날 감시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모두 정신질환은 아니다.
김영돈 대전선병원 과장은 "감시공포증은 특수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생체의 가장 기본적인 반응으로 정상인에게도 얼마든지 있다"며 "그 공포증이 개인이나 가정,직장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칠 때는 치료의 대상이 되므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감시공포증은 불안장애의 한 형태로 평소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완벽한 성격의 성형,남의 간섭을 싫어하는 사람,우울증 증세가 높은 사람 등에서 발생하기 쉽다.
불안 가운데 시험 전의 초조,긴장감,직장상사를 대할 때의 긴장 정도는 흔히 관찰될 수 있다.
이외에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으며 자신을 해칠 것 같다'라고 느끼는 정신병적인 불안,외적환경이 위험하지도 않은데 환자의 반응이 그보다 더욱 과도한 불안발작으로 나타나는 신경증적인 불안(노이로제)이 있다.
○증상 심하면 망상장애로 발전
불안장애는 모든 정신질환 중 가장 흔하고 일단 발생하면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어 큰 고통이 따르게 된다.
막연한 불안이 주증상인 범불안장애와 특정 대상에 공포를 느끼는 공포성 불안장애가 있다.
이 밖에 공황장애와 강박적 사고,강박장애,스트레스 장애,급성스트레스 반응,적응장애 등이 있다.
감시공포증이 심하면 정신질환의 일종인 망상장애로 발전할 수도 있다.
감시나 도청당한다는 증거는 없지만 당사자들은 굳은 확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오는 전화마다 일일이 발신자와 내용을 확인하고 통화 중 끊어지거나 조금만 혼선이 생겨도 불안감이 증폭된다.
안절부절못하고 늘 화를 낸다.
상당수는 막무가내로 주변사람에게 시비를 걸어 싸움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스스로 병이라는 사실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심과 호기심이 많고 집요한 편집증적 요소를 지닌 사람에게 망상장애가 잘 나타날 수 있다.
중년 이후 우울증 환자에게도 망상장애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정신이완 약물치료를
증상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진다.
노이로제는 약물보다 정신이완이 더 효과적이다.
평소 생활에 긴장도가 높으면 명상이나 단전호흡 취미활동을 통해 정신을 이완시키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노이로제는 신경을 덜 쓰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망상장애는 약물치료가 우선이다.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등 뇌의 신경전달 물질을 조절,증상을 개선시킨다.
예전에는 이들 약이 침을 흘리거나 몸이 뻣뻣해지는 등 부작용이 있었으나 요즘엔 부작용이 완화된 약들이 나오고 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