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패션·뷰티·홈 인테리어·가전 디자인 시장 등 곳곳에서 '유럽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패션업계에선 유럽 브랜드 전유물이었던 명품시장은 물론 실용적 수요가 높은 중·저가시장에까지 유럽 스타일이 '접수'를 시작했다.

국내 소비 트렌드가 '개성 발휘'와 '자아 실현'으로 급속하게 옮겨가면서 실용성.대중성으로 대변되는 미국 스타일의 인기가 주춤해지고 개성과 미적 감각을 중시하는 유럽풍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

'유러피안 스타일' 붐의 진원지는 백화점.수입 브랜드의 90% 이상을 유럽산으로 채우고 있다.

갤러리아 압구정점의 유럽 브랜드 전문 편집매장인 'G-street494'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로 껑충 뛰면서 올 2월 매장을 확대 개편,유럽 브랜드를 기존 12개에서 20개로 늘렸다.

현대백화점은 '꼼뜨와 데 꼬또니에' '릴리스' 등을 올 초 들여오며 중가 캐주얼 브랜드에도 유럽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이혁재 현대백화점 해외MD 사업팀장은 "에스닉,보헤미안 등 유럽발 트렌드가 패션계를 강타하며 유럽 브랜드가 봇물터지듯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며 "값이 비싸지 않으면서도 명품과 같은 분위기를 내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유럽풍'의 위력은 미국계 프랜차이즈 업체들조차 유럽 스타일로 메뉴 구성을 바꾸고 있는 데서 잘 드러난다.

미국 아이스크림 체인인 하겐다즈는 최근 메뉴를 스페인산 '샹그리아' 등 유럽풍으로 꾸며 고급 아이스크림의 이미지 굳히기에 나섰고,미국의 간판 패스트 푸드 업체인 맥도널드는 '이탈리안 버거'로 정크 푸드 이미지 씻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토종 패스트 푸드회사인 롯데리아도 지난달부터 '유러피안 치즈버거'를 선보이며 맞대결하고 있다.

이밖에도 주택 인테리어시장에선 자연 소재와 강렬한 색채 간의 조화가 특징인 '프로방스풍'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박준뷰티랩은 올해 헤어 트렌드로 '모로코 럭셔리' 등 유럽풍 스타일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가전업계에서도 삼성전자의 LCD TV '보르도'처럼 유럽풍의 디자인을 도입해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나타났다.

이 같은 '유럽 바람'에 대해 홍사윤 LG전자 디자인실장은 "소비자들이 디자인 하나에도 자신의 개성이나 지위를 드러내 줄 수 있는 제품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차기현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