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기업 못해 먹겠습니다.

기업인들이 무슨 죄인입니까." 며칠 전 파주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후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는 게 후회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업과 기업인을 범죄의 온상처럼 여기는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 때문이다.

한참 불평을 토해내던 그는 "외국 경쟁사가 회사를 팔라고 할 때 넘겨버렸어야 하는데…"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흐른 12일 미국을 방문 중인 천정배 법무장관이 "회사 재산 횡령 등 화이트 칼라 범죄에 대해 엄격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검찰(수사) 지휘권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천 장관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이 마치 기업인 비리를 봐주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기 때문이다.

법대로만 하면 될 일인데 수사지휘권을 휘두를 만한 사안인지 의문이다.

후배의 말이 떠올랐다.

"불법인줄 알면서 기업이 왜 비자금을 조성하는지 압니까.

세금 외에 가욋돈이 필요할 곳이 한 두군 데가 아닙니다." 각종 규제를 풀려고 공무원들에게 바치는 돈이 다 여기서 나온다는 후배의 말에 고개를 끄떡일 수밖에 없었다.

사회부 차장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