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유관기관이나 증권사 임직원들이 합법적으로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는 증권저축 계좌가 주식 불공정거래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또 일부 증권사 임직원은 금융감독 당국이 증권저축 계좌에 대해서는 감시를 철저히 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매매에 악용한 사례도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 금액이 1억원을 넘는 계좌가 2천500개를 넘어서는 등 일부 증권저축 계좌들의 경우 투자 금액이 거액화되는 것은 물론 단타매매에도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15일 H증권 애널리스트들이 최근 증권저축계좌를 이용해 자신들이 작성한 투자보고서를 공표하기 직전 해당 주식을 매매하다가 무더기로 적발돼 감봉조치했다고 밝혔다.

증권저축은 세제 혜택이 없어져 일반인은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주로 금융감독 당국과 거래소, 증권사 임직원들이 연봉의 50% 한도 내에서 합법적으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계좌다.

그러나 최근 증시 활황과 함께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 등 증권사 임직원들 사이에 고액 연봉자들이 많아지면서 증권저축 계좌도 동시에 고액화되고 매매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증권저축 계좌 41만6천여개 가운데 투자금액이 1억원 이상인 고액 계좌는 전체의 0.6%인 2천5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 한해 동안 매매를 100회 이상했던 단타성 계좌는 5천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연간 매매 금액 10억원 이상을 기록한 이른바 `큰 손' 계좌는 1천200개에 달했다.

금감원의 한 고위 당국자는 "증권저축 계좌가 당초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법적으로 주식투자를 못하는 사람들이 불공정거래를 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증권저축 계좌의 투자금액 한도를 제한하고 해당 기관이나 증권사들이 계좌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증권거래법 시행규칙을 고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증권저축 계좌의 투자금액 한도를 1억원 이하로 제한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한편 증권사 등이 임직원들의 계좌를 점검해 보고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 유관기관이나 증권사 일부 임직원은 증권저축 계좌에 대해 과도한 규제를 하는 것은 자신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반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