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노화랑이 지난 3월 말 기획한 '100만원대 명품전'에서 출품작 350여점이 한 주 사이에 매진됐다.

이 전시회 매출은 무려 4억원대에 달했다.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고영훈 전'(14일까지)은 전시 1주일 만에 판매 대상 작품 8점이 매진됐고,소격동 국제갤러리 '조지 나카시마의 가구전'(18일까지)도 출품작 50여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예약된 상태다.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3월 한 달간 열린 '천경자 전'은 관람료를 3000원씩 받았는데도 관람객이 2만명이 넘는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10여년간 심한 불황에 허덕이던 미술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미술품 경매시장과 서울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를 중심으로 미술작품 거래가 부쩍 늘고 있고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중국과 일본 미술품이 최근 급등한 데 비해 국내 미술작품은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기존 컬렉터들은 물론 미술에 관심있는 전문직 종사자와 일부 젊은층까지 새로운 매수 주체로 가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점당 수억원대의 비싼 작품에서 100만원 안팎의 저가 작품에까지 폭넓게 매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젠 거실에 작품 한 점씩 걸어놓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화랑가에선 전한다.

이는 강도 높은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으로 갈 곳을 잃은 시중자금 일부가 미술시장으로 흘러들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미술시장 활성화를 촉발시킨 것은 미술품 경매다.

미술품경매회사 서울옥션이 올 들어 두 차례 연 경매 낙찰액은 127억원에 달해 이 회사의 작년 한 해 낙찰총액 12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미술시장 거래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인 낙찰률 역시 2004년 51%,2005년 62.65%에서 올해는 73%까지 치솟았다.

신생 미술경매회사 K옥션이 지난달 19일 연 경매 낙찰률은 무려 93.6%를 기록했다.

또 2004년 585건에 불과했던 서울옥션 낙찰 건수도 지난해엔 723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에도 문의가 이어지고 판매도 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기획전시의 경우 작품의 20~30%를 팔기도 어려웠으나 올해 들어서는 상당수의 전시가 50% 이상의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고 일부 매진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대규모 미술장터인 아트페어도 올 들어 출발이 좋다.

서울 청담동 박영덕 화랑이 3월 주최한 '한국현대미술제'에는 출품작 2000여점 가운데 70%가 팔려 매출총액이 5억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수치는 작년보다 3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미술시장이 살아나자 화랑 창업이 줄을 잇고 있다.

올 들어 서울지역에만 갤러리 고도,3.5갤러리,갤러리행,갤러리 노마,갤러리 라,공근혜 갤러리,갤러리 나우 등 20여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이현숙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저금리가 지속되고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미술시장을 기웃거리고 있어 시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