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월풀이 대우일렉을 인수할 경우 한국 가전시장에서 회오리 바람이 일겁니다."(국내 A전자업체 관계자)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주요 전자업체들이 월풀의 대우일렉 인수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접수마감된 대우일렉 매각 입찰에 월풀이 참여하자 국내 전자업체들은 월풀의 진의와 인수 시 파장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쉬지멘스 등 다른 글로벌 가전업체도 응찰했지만 '월풀+대우일렉'의 파괴력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돼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월풀의 대우일렉 인수에 대비해 파장을 분석해보니 단숨에 국내 유통시장에서 장악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돼 대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강체제'를 구축해온 국내 가전시장이 과거 대우전자 시절처럼 '3강 체제'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2010년까지 월풀을 제치고 가전부문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운 LG전자도 새로운 복병출현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월풀로부터 유럽 호주 등지에서 반덤핑 제소를 당하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안방시장'에서마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LG전자 디지털가전부문 관계자는 "월풀이 의향서만 낸 단계라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월풀이 대우일렉을 인수할 경우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공격력을 강화하기보다는 한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고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국내업체들이 이처럼 월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월풀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최근의 공격적인 행보 때문이다.

월풀은 지난해 미국 3위 가전업체인 메이텍 인수전에서 중국의 하이얼을 제치고 16억8000만달러로 인수에 성공,세계 1위(2005년 기준 총매출 192억달러) 가전업체로 올라섰다.

1,3위 업체 간 합병에 대해 미국 내에서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을 때 월풀은 "LG전자 등 한국 업체들의 공세를 뿌리치기 위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대우일렉은 1999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뒤 투자가 위축됐지만 90년대 중반까지 탱크냉장고 시리즈와 자체 유통망인 한국신용유통(현 하이마트)을 앞세워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저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적절한 투자와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할 강력한 브랜드가 받쳐준다면 삼성과 LG를 위협하는 경쟁상대로 재부상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게다가 외국인투자기업이 민감해하는 노사관계에서도 대우일렉은 안정적인데다 월풀의 약점인 양문형냉장고 등 프리미엄 가전제품군을 보유한 것도 강점이다.

월풀을 비롯한 국내외 업체 19개사가 응찰한 대우일렉 매각작업은 6월 말까지 실사를 거쳐 오는 9,10월께 인수업체를 선정,발표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