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된 이 세상 나 죽으면 고만"이라고 노래한 우리나라 최초의 성악가 윤심덕은 1926년 극작가 김우진과 함께 현해탄에 몸을 던져 한반도를 들썩이게 했다.

윤심덕이 투신 자살하기 직전 일본에서 녹음한 '사의 찬미'는 당대 최고의 히트곡이 됐지만 그 원곡이 루마니아의 '도나우강의 잔물결'이라는 사실은 한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구슬프고 아름다운 루마니아의 선율에는 우리 귀에 감기는 익숙한 느낌이 있다.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만난 발레리오 아르테니 주한 루마니아 대사는 이바노비치가 19세기 말 작곡한 도나우강의 잔물결을 들려주며 "한국과 루마니아는 비슷한 사연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오스만투르크 사이에 끼여 치이고 세계대전 후 소련에 강제 병합되면서 몰도바와 루마니아로 분단된 루마니아의 역사는 이 나라 국민의 뼈 속에 우리와 비슷한 한(恨) 같은 것을 새겨놨다.

루마니아는 소련 지배 하에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공포 정치를 펴면서 후진국으로 전락했으나 전통적으로는 동구에서 잘 살기로 소문났던 곳이다.

루마니아 정교를 믿는 이 나라의 종교적인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는 돼지 한마리를,부활절엔 양 한마리를 잡아 푸짐한 상을 차렸다.

루마니아에선 가축을 잡으면 버리는 것이 하나도 없다.

돼지 뼈와 부산물은 끓여서 젤리 형태의 라키투라를 만들고 내장은 소시지 레바르,피는 고기파이 상게레테를 구울 때 쓴다.

양 내장으로는 허브를 첨가해 고기파이 드롭을 만든다.

도나우강이 휘감고 있는 루마니아는 땅이 비옥해 프랑스에 버금가는 와인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아르테니 대사는 "10만원대에 팔리는 최고급 와인을 루마니아에서는 1만~2만원대에 사 마실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음 좋게 생긴 대사 부인 마리아 아르테니는 루마니아의 풀코스를 소개하기 위해 에피타이저로 마요네즈로 속을 버무려 채운 필드 에그(Filled Egg),메인 요리로는 양 갈비살을 양파와 마늘과 함께 찐 스튜팟을 식탁에 올렸다.

양고기 양배추 수프와 다진 고기를 양배추 잎으로 싸서 찐 사르말레가 따라나왔다. 필드 에그는 마요네즈에 버무린 노른자로 달걀 속을 채운 파티 요리이다.

루마니아 음식의 특징은 신맛이다.

특히 '치오바(국)'를 끓일 때 사워 크림을 듬뿍 넣는데 소내장탕인 치오바 드 부르타가 가장 유명하다.

루마니아가 나디아 코마네치를 포함해 세계적인 기계 체조 선수들을 많이 배출한 이유에 대해 식초를 많이 먹어 몸이 유연하기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아르테니 대사 부인은 코마네치가 미국으로 망명한 것에 대해 "차우셰스쿠의 아들이 코마네치를 좋아했기 때문에 피신해야 했다"는 비화도 들려줬다.

루마니아 사람으로 코마네치와 차우셰스쿠만큼 유명해진 인물은 아마도 드라큘라 백작일 것이다.

드라큘라는 루마니아 남부를 지배했던 드라큘(Dracul) 블래드 2세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그는 오스만투르크와의 전쟁에서 적들의 목을 베 성문 앞에 전시해놓는 용기 혹은 잔인함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아일랜드 작가 브람 스토커는 드라큘 블래드 2세의 실화,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소년들의 피를 먹는 백작에 대한 민간 괴담,악령을 쫓아내기 위해 마늘을 걸어놓는 루마니아의 전통을 뒤죽박죽 버무려 소설 '드라큘라'를 펴냈다.

루마니아 대사는 드라큘라가 루마니아의 최고 저명인사가 된 것에 대해 "어처구니없는 명성"이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걸 화두로 해서 루마니아 얘기를 끌어내고 우리의 역사와 가치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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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드 에그(Filled Eggs) 만들기 ]

◆재료=달걀 양파 마요네즈 소금 후추 올리브 오이 토마토

◆만들기 ①소금물에 달걀을 삶는다 ②달걀 껍데기를 벗기고 반으로 자른다 ③노른자를 파내 마요네즈 소금 후추와 섞는다 ④달걀 속을 다시 채운다 ⑤쟁반에 곱게 다진 양파를 1cm 두께로 깔고 위에 마요네즈를 바른다.

속을 채운 계란을 뒤집어 놓고 오이 토마토 올리브로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