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가 펀드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증권사들이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은행에 이어 보험설계사로 판매채널이 확대되면서 자칫하면 펀드 판매 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보험설계사의 펀드 판매를 위해서는 전산망 정비 등 시간이 필요한 데다 펀드 판매에 따른 위험성도 있어 당장 큰 영향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 보험설계사 모집 나선 대형 증권사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적립식펀드 시장점유율(잔액 기준)은 은행 69.25%,증권 30.69%,보험 0.04%로 각각 집계됐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펀드시장 전체의 '파이'는 커지겠지만 대형 증권사들은 점유율 하락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 대투 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발 빠르게 설계사 모집에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은 오는 15일 보험설계사 공개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모집 인원은 수백명이 될 것"이라며 "현재 보험회사 소속 설계사와 투자상담사 등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인원을 중심으로 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증권도 최근 자사 홈페이지에 모집공고를 내고 설계사 모집에 들어갔다.

최대 모집인원은 1000명이다.

한국증권은 이르면 7월 중 펀드상품 판매에 이들을 투입할 예정이다.

대투증권도 18개 독립보험 대리점이 참여하는 한국 GA협회와 펀드 판매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미 지난달 말 보험설계사를 모집해 13개 PB형 점포에 배치한 상태다.

이에 비해 중소형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표정이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는 그동안 판매채널이 부족해 펀드상품을 많이 팔지 못했는데 이번 조치로 다양한 채널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교보는 독립된 보험판매 법인과 제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장 영향 없다는 지적도

펀드 판매 허용이 보험설계사나 투자상담사와 같은 개인사업자들에게 반드시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보험설계사들이 펀드 판매에 치중할 경우 불완전 판매에 따른 배상책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대형 보험사 중 상당수는 펀드 판매를 허용하지 않거나 거액 고객을 관리하는 소수의 설계사들에게만 차별적으로 허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펀드 판매 수입이 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현재 펀드 판매 보수는 투자금의 약 1%로 설계사가 절반인 0.5%의 판매보수를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1억원을 유치하면 50만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일각에서 증권사들이 적극적인 보험판매를 통해 역공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증권사의 보험 방문판매가 금지돼 있고 판매인원도 제한돼 있어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김용준·박해영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