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에서 펼쳐지는 혈투신은 그야말로 처절하다.

일본 다다미식 방문이 하나씩 차례로 열리자 방마다 가득한 조폭들이 나타난다.

줄지어 앉아 있는 조폭들의 숫자는 실제보다 많게 느껴진다.

그들과 두 주인공이 펼치는 싸움에선 칼과 칼이 부딪치고,살점이 찢기고 피가 튄다.

술상이 파괴되는 사이 화려한 요정은 폐허로 바뀐다.

마치 사무라이 활극을 연상시키는 이 장면에서는 강한 액션이 좁은 공간과 대비돼 파워가 배가된다.

류승완 감독의 '짝패'가 담아낸 액션은 한마디로 뜨겁다.

근사하고 세련된 몸동작이라기보다는 피와 땀이 밴 몸놀림이다.

감정이 실린 액션의 미학은 류 감독이 전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피도 눈물도 없이' 등에서 추구해온 것이다.

이 영화는 다섯 명의 고향 친구 간 우정과 배신에 관한 이야기다.

소도시에 사는 남자들의 우정은 부동산 개발을 둘러싼 탐욕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난다.

이로써 우리 사회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는 황금만능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고향 친구와 선후배의 죽음을 본 태수(정두홍)와 석환(류승완)이 펼치는 액션에는 당연히 분노가 실릴 수밖에 없다.

싸움 도중 석환이 적의 손에 머리채를 잡힌 채 2층으로 끌어올려질 때 관객들에게도 아픔이 전해질 정도다.

두 사람이 한쪽 팔을 테이프로 묶은 채 남은 한쪽 주먹으로만 싸우거나,회전의자에 앉은 사람을 빙글빙글 돌리며 때리는 모습 등은 참신하다.

특히 악역 이범수의 연기가 개성적이다.

치뜬 눈으로 상대를 쏘아보다가 갑자기 끔찍한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얼굴 표정도 액션의 일부 같다.

다만 액션신 마무리에 문제가 있다.

가령 칼로 공격 자세를 취한 적이 다음 장면에서 갑자기 아래층으로 떨어지는 식이다.

물론 수많은 적들과의 싸움신에 생략법이 적용될 수는 있겠다.

그러나 비중 있는 인물과의 격투신에 이를 적용하면 리얼리티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25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