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4일 미국 등 강력한 외부 경쟁자들에 맞서 어려움에 처한 프랑스와 스페인 등 역내 와인 산업을 개혁의 길로 이끌기 위한 칼을 빼들었다.

마리안 피셔 뵐 EU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EU 예산에서 와인 과잉 생산분을 공업용 알코올로 돌리는데 지원하고 있는 보조금을 아예 중단하는 등의 극약 처방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U는 지난해 프랑스 와인 1억5000만ℓ와 스페인 와인 4억ℓ 등을 포함한 역내 과잉 생산분을 공업용 알코올로 돌리기 위해 5억유로를 지원했다. 이를 중단할 경우 역내 와인업계가 과잉생산을 멈추고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현재 EU는 전 세계 와인 생산 및 소비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EU의 와인 수출은 1996년 12억ℓ에서 2004년 13억9000만ℓ로 15.8%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 와인의 수출은 4배나 늘었고 칠레와 호주산 와인은 무려 19배나 급증했다.

피셔 뵐 집행위원은 "경쟁국 와인의 수출 급증 현상은 EU의 와인산업을 소생시키기 위한 개혁을 실천하지 않고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현상유지는 선택이 될 수 없다"고 역내 와인산업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내달 말께 13억유로 규모의 와인산업 지원 예산의 개혁을 포함한 와인산업 개혁 초안을 공개하고 업계와의 협의를 거쳐 금년 말 또는 내년 초 확정된 개혁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