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 겁없는 헤지펀드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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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들이 자칫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헤지펀드에 무모하게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 최신호(15일자)가 보도했다.
수십억달러의 기금을 운용하는 명문 하버드와 예일이 각각 보유 기금의 12%와 25%를 헤지펀드에 투자해 상당한 이익을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규모 대학들도 이들을 따라 앞다퉈 헤지펀드를 찾고 있다.
미국 대학비즈니스협의회(NACUBO)가 작년 6월 말 현재 10억달러 이상의 기금을 보유한 미국 대학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대학은 평균적으로 자산의 22%를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었다.
특히 오하이오주 우스터대가 82%,뉴욕시 예쉬바대가 65%의 자산을 헤지펀드에 쏟아부었고 헤지펀드 투자 비중이 40% 이상인 대학도 12곳이나 됐다.
문제는 소규모 대학들은 하버드나 예일과 달리 헤지펀드에 대한 전문 지식과 투자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투자자문사 코먼펀드의 주드 코스 이사는 "하버드의 경우 기금 운용 인력만 150명에 달하지만 대다수 대학은 고작 2~3명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운용되고 있는 헤지펀드는 8800개가 넘는다.
이들 펀드는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전통적인 펀드와 달리 선물이나 옵션 같은 파생상품을 비롯해 각종 자산에 온갖 방법을 동원해 투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펀드가 공개하는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주주들이 투자 위험을 피부로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주식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상관없이 매년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선전하는 헤지펀드조차 속을 들여다보면 위험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1998년 파산해 미국 경제를 충격에 몰아넣은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펀드(LTCM)는 파생상품 이론에 대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들이 운용했었다.
아직까지 헤지펀드의 투자 성적은 괜찮은 편이다.
헤지펀드 투자 비중이 40% 이상인 12개 대학은 지난해 펀드별로 6.7~15.6%의 수익을 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헤지펀드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안정적 수익을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헤지펀드가 운용 자산의 1~2%와 운용 수익의 20%가량을 수수료로 떼는 점도 일반 주식형펀드 등에 비해 과도한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덧붙였다.
하지만 대학들은 여전히 '위험 불감증'에 빠져 있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향후 수년간 헤지펀드 투자 비중을 대폭 줄이겠다고 응답한 대학은 3%에 불과한 반면 3분의 1 이상이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