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궁금했다. 검은 아바야와 히잡에 가려진 그녀들의 삶이. 답답하진 않은지,위축되지는 않는지,어떻게 멋을 내는지. 검은 커튼을 열고 안을 들여다봤다.

"한여름엔 좀 덥지 않으냐"고 말을 걸었다.

서울 성북동 관저에서 만난 주한 오만 대사 부인 아말 알하다비는 집 안인 데도 히잡을 두르고 있었다.

"사진 기자분이 계시고 신문에 공개되는 사진을 찍을 거라서"라는 설명이다.

그녀는 "오래 전부터 익숙해져서 불편하지 않다"고 말한다.


아라비아반도 동남쪽 끝에 자리잡은 오만은 가장 전통적인 이슬람 국가 중 하나다. 여자들은 외간 남자와 대면할 땐 히잡으로 머리카락을 가리고 외출할 때는 팔목과 발목까지 덮는 검은색 아바야를 입는다. 하지만 강경 이슬람 국가는 아니다. 축구를 즐기는 오마니(오만 사람들)들은 기독교와 서구 문명에 너그럽고 여자들도 눈을 뺀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켑(마스크)을 착용하는 사우디아라비아보다는 개방적으로 옷을 입는다.

알하다비 여사가 소개한 요리는 라마단에 먹는 전통 과자 루카이맛이다. 오만의 여자들은 라마단 기간에 식탁 위에 전통 빵인 레칼과 루카이맛을 떨어뜨리지 않고 올린다. 루카이맛은 밀가루와 계란 반죽에 설탕과 향신료인 카르다몸을 넣고 튀긴 후 설탕과 레몬즙으로 시럽을 만들어 부어 먹는다. 엄마가 요리를 하는 동안 아들 오마르(10)와 아드난(9),막내 딸 파티마(6)가 내내 주변을 맴돌다가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마다 앵글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알하다비 여사는 2층에서 독서를 즐기던 무사 함딘 알티 주한 오만 대사까지 설득해 온 가족을 한자리에 불러모았다. 히잡과 위축은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는 것 같았다. 어느 나라,어느 가정이나 아이들이 있으면 살림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다. 집안에서 가장 힘 센 사람은 엄마다.

사실 아바야나 히잡은 비이슬람권에서 흔히 갖는 편견처럼 여자를 가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호하기 위해 생긴 것이다. 마호메드와 그의 유지를 받든 칼리프 군대가 7세기에 이교도를 복종시키기 위해 정복 전쟁에 나섰을 때,북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에는 미망인이 넘쳤다. 여자들은 성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긴 머리카락을 꼭꼭 숨기기 시작했다.

오마니들은 아침엔 레칼,점심과 저녁엔 인도식 카레를 주식으로 먹는다. 무슬림들이 대부분 그렇듯 돼지고기와 그 부산물은 먹지 않는다.

인도식 카레가 오만의 식탁을 점령한 것은 인도와의 오랜 무역에서 기인한다. 오마니들은 돛을 세워 바람을 동력으로 이용한 최초의 뱃사람들이었고 포르투갈인에 이어 영국인들이 걸프만에 나타나기 전까지 국제 해상 무역에서 이들을 따라올 민족이 없었다. 특히 오마니의 유향 무역은 7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도 이 나라에선 손님을 맞을 때 유향을 태워 향을 내는 것이 환영의 인사다. 아프리카와 극동아시아까지 누볐던 오만 상인들은 아랍 상인들의 모험담을 엮은 소설 '신밧드의 모험'에 가장 많은 모티브를 제공한 민족이기도 하다. 신밧드의 모험은 오만 항구 소하에서 시작된다.

오만 남자들은 지금도 포르투갈인들과 싸워 해상 무역권을 지켜냈던 용맹 무쌍함을 자랑하며 공식 석상에서 은세공이 화려한 반월도 칸자르를 찬다.

알하다비 여사에게 "한국 여자들의 복장과 태도가 어떠하냐"고 물었더니 대뜸 "참 말랐다"고 말한다. "이전에 뉴욕에서 살았기 때문에 특별히 야하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는 "한국에는 예쁘고 싼 스카프들이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그녀들에게 히잡은 구속이 아니라 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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