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 부산대 교수팀이 개발한 금속처럼 전기가 잘 통하는 플라스틱은 금속이나 세라믹으로 된 전자부품을 아주 가볍고 값싼 플라스틱 부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기술을 응용할 경우 차세대 두루마리(플렉서블) 디스플레이나 휴대용 정보기술(IT) 기기 등 전자 제품을 통째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으로 알려진 전도성 고분자는 원래 1970년대 후반 처음 발견된 이래 세계적으로 많이 연구돼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전도성 고분자는 약간의 전기가 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낮은 온도에서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과 달리 특정 온도 이하로 내려가면 오히려 전기가 잘 통하지 않게 되는 등 금속과는 완전히 다른 성질을 보여 실용화하기 어려웠다.

반면 이번에 개발된 '폴리아닐린'은 실제 금속과 같은 물성을 그대로 보일 뿐만 아니라 전기 전도도 역시 기존 전도성 고분자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는 금속 소재를 대체해 가볍고 유연하면서 값도 싼 플라스틱 부품을 실용화할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실제로 두루마리 디스플레이의 경우 기판이나 발광 부품의 소재로는 플라스틱을 쓰면 되지만 투명 전극과 같은 대부분의 전자부품 소재로는 금속이나 세라믹 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나온 초기 연구용 모델들은 사실상 잘 구부릴 수 없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로 볼 수 없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나 입는 컴퓨터와 같은 제품의 실용화를 위한 최대 난관을 뚫었다는 데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며 "향후 거의 플라스틱만으로 된 이른바 '올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관련 기술을 특허 출원했으며 ㈜파라와 함께 이번 플라스틱이 적용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한편 노벨상 화학상 수상자인 앨런 히거 교수는 이 교수의 미국 유학시절 지도교수로 수년 동안 이번 연구에 도움을 줘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번 연구는 히거 교수의 전도성 고분자 발견 후 '이를 금속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지속돼온 논란을 종식시켰다는 의미도 갖는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