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61)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자격으로 3일 인천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 프로암대회에 참가,미셸 위(17·나이키골프)와 함께 라운드를 했다.

2004년 제주에서 타이거 우즈와 라운드한 경험이 있는 박 회장은 이날 위가 첫홀(10번홀)에서 드라이버샷을 오른쪽 벙커에 빠뜨리자 "KPGA 회장 자격으로 '멀리건'을 주겠다"고 말해 분위기를 띄웠고,위는 다시 한 번 티샷을 날리기도 했다.

지난해 두번이나 언더파를 기록한 박 회장(핸디캡 6)이 위와 라운드를 하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정리한다.

완벽한 체격,스프링같은 스윙=박 회장은 "미셸 위를 보는 순간 당당한 기운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재작년 우즈와 라운드할 때 잘 다듬어진 '종마(種馬)'같다는 인상이었는 데,위도 군살이 하나도 없고 체격과 체형이 완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그런 당당한 체격에서 뿜어내는 스윙에 대해서는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임팩트에서 폴로스루까지 강력한 스프링 같은 흐름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위의 커트 통과 여부에 대해서는 "바람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대단한 승부욕=2003년 말 제주에서 위와 식사를 한 적이 있는 박 회장은 당시 "나에게 핸디캡 3개를 주고 스크래치로 내기를 하자"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제의했는 데 위는 곰곰 생각하더니 "그렇게는 할 수 없다"며 정중히 거절했다고 전했다.

"핸디캡 3개를 줬다가 까딱 잘못하면 질 수도 있는데 지는 것이 죽는 것보다 싫다"는 것이 그 이유.

박 회장은 당시 가벼운 제안이었는 데도 당찬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서 승부사적 기질을 느꼈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번에도 위에게 똑같은 제의를 했으나 위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박 회장은 "곁에서 보니 차분한 성격인듯 하면서도 집념과 승부욕이 느껴졌다.

일단 플레이할 때는 주위가 다소 산만한 데도 고도로 몰입하는 것이 가히 '우즈급'이었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기(氣)'론으로 격려=박 회장이 위에게 "한국에서는 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오늘 위 선수한테서 기를 좀 받아야 겠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위의 어머니 서현경씨가 "회장님께서 미셸에게 기(에너지)를 좀 주세요"라고 대답했다.

박 회장이 "우즈도 내 기를 받았는지,나와 라운드한 후 내리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기는 주고받는 것이니 우리도 기를 나누자"고 악수를 청하자 위는 선뜻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박 회장은 며칠 전 최경주를 만날 때도 특유의 '기'론으로 격려했다.

사회성은 '미완'=미셸 위-박삼구회장조에는 50여명의 갤러리들이 따라다녔다.

위는 샷을 한 뒤 부모와 함께 이동했고,동반자 3명은 한 카트에 타고 이동했다.

그래서 그런지 미셸 위와 동반자들 사이의 대화는 '굿샷' '나이스 버디' 등 의례적인 것외에는 많지 않았던 편.

'프로 초년병'인 데다 아직 고등학생이기 때문인지 동반자들에게 가벼운 레슨까지 해주었던 우즈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

특히 이날 경기방식이 '스크램블'(가장 좋은 볼 위치에서 동반자 모두가 다음 샷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베스트볼'(각자 볼로 플레이한 뒤 낮은 스코어를 채택하는 방식)이어서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도 한 요인이 됐다.

인천=김경수ㆍ류시훈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