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에 걸쳐 큰 돈을 들여 개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이 또 쏟아져 나온다. 지난해 초부터 20여개 신작이 공개돼 겨우 한두 개만 성공한 상황에서 연말까지 10여개가 더 나온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게 됐고 개발비조차 건지지 못한 게임사 중 일부가 부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NHN의 'R2' 서비스가 시작됐고 조이온의 '거상2'가 비공개 시범 서비스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이달엔 웹젠의 '썬' 공개 서비스가 시작되고,하반기엔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창천',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2',한빛소프트의 '헬게이트:런던',엔씨소프트의 '아이온',예당온라인의 '프리스톤테일2' 등이 선을 뵌다.

이들은 한결같이 2년 이상 100억원 안팎의 큰돈을 들여 개발한 대작이다. 회사 명운을 걸고 개발한 야심작이라 할 수 있다. '리니지' 시리즈 세 번째 게임인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의 경우 지난해 '길드워'의 참패를 만회해야 하는 임무를 띤 대작이다.

한빛소프트의 '헬게이트:런던'은 '스타크래프트' 개발자인 빌 로퍼의 최신작이고 '창천'은 중국 대만 등지에서 돌풍을 일으킨 '미르의 전설' 시리즈 개발자 박관호 위메이드 사장의 차기작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신작이 성공할 것이라는 낙관보다 개발비도 건지기 힘들 것이란 비관이 우세하다. MMORPG 성공 모델이 '아이템 거래' 뿐이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제한돼 있고 성공 모델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경쟁자가 늘면 실패 위험은 커지게 마련이다.

지난해 초부터 올 4월 사이에 공개된 MMORPG 20여개 중 성공한 것은 YNK코리아의 '로한'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NHN의 '아크로드',엔틱스소프트의 '요구르팅',엔씨소프트의 '길드워',손오공의 '용천기' 등은 실패했다. 한빛소프트의 '그라나도에스파다',넥슨의 '제라',이스트소프트의 '카발온라인' 정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따름이다.

'로한'이 성공한 것은 철저하게 아이템 거래를 장려하고 이를 위해 모든 지원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게임업체들은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아이템 거래'에 매달려야만 작으나마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 어려운 지경에 처한 상황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