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에 불만을 느낀 소비자 가운데 직접 가게에 항의하는 고객은 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만을 느낀 고객은 대신 평균 3명에게 험담을 늘어놓고, 그 결과 100명이 불만을 느꼈을 경우 32∼36명의 고객을 잃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이 캐나다의 컨설팅 업체인 베르데그룹과 공동 조사한 '2006 불만 고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직접 회사에 불만을 통보하지 않는 고객들이 더 많고 실제로 잠재고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불만고객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전후해 쇼핑을 한 미국 소비자 118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불만을 참지 못하고 친구나 동료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31% 쇼핑객 가운데 8%는 1명에게,또 다른 8%는 2명에게 자신의 나쁜 경험을 알렸고 78%는 3~5명,나머지 6%는 6명 이상에게 험담을 늘어놓은 것으로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불만을 느낀 쇼핑객 100명 중 31명이 적어도 90여명에게 불만을 전파한 셈이다.

스티븐 호크 교수(와튼스쿨)는 "조사 대상 가운데 절반이 한번 이상 나쁜 경험을 했고 평균적으로는 한번 쇼핑에 3번 정도 불만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며 "불만고객이 100명이라고 할 때 현재의 고객과 잠재고객을 합해 32∼36명이 같은 매장에 방문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의 불만이 잠재고객 상실로 이어지는 것은 전해지는 과정에서 입소문이 눈덩이처럼 커지기 때문이다.

베르데그룹의 바울라 코트니 대표는 "쇼핑객의 불만은 실제보다 좀더 과장돼 입소문이 퍼지게 마련이고 다른 쇼핑객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다"며 "처음엔 점원이 건방지다고 시작된 불만이 여러 사람을 거치면서 점점 심한 욕설로 변해가는 양상을 띤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소문이 더욱 나쁘게 퍼져가는 이유 중 하나는 고객들이 사실을 극적으로 왜곡하는 가운데 어떤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럼 쇼핑객들이 느끼는 불만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커다란 불만을 느끼는 곳은 바로 주차장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쇼핑객 가운데 40%가 주차 시 불편함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적했다.

와튼스쿨 연구책임자인 윌리엄 코디는 "주차장에서 생기는 문제가 쇼핑 중 쌓여왔던 짜증들을 분노로 만드는 결정적 원인"이라며 "주차장 관리가 소매업체의 주요 업무 중 하나로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으로 계산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33%), 점원의 도움을 받는 데 걸리는 시간(24%) 등이 불만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무질서하게 쌓여있는 제품들 중 원하는 아이템을 찾기가 어렵다는 불만도 다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소매업체들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을 더욱 만족시킬 수 있을까'를 중점적으로 신경써왔지 '어떤 것들이 고객을 불만족스럽게 만드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다.

게다가 직접판매나 기업 간 거래와는 달리 소매업체는 고객을 일일이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어떤 부문에서 고객들이 불만을 느끼는지 찾아내기가 쉽지않은 게 현실이다.

호크 교수는"한 주에 1억명 이상이 쇼핑하는 월마트가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모두 체크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고객들이 느끼는 불만을 업체가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잠재고객을 잃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전표에 쇼핑하면서 불만사항을 체크할 수 있도록 하거나 고객 불만을 접수할 수 있는 전용 전화번호 혹은 홈페이지를 운영해 고객들이 불만을 해소할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신희철 한경 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ksk3007@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