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자산유동화증권(ABS)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기초자산으로 한 이른바 '부동산ABS'는 발행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반면,금융기관의 대출채권이나 기업의 매출채권 등을 기초로 한 ABS발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30일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발행된 전체 ABS발행액(4조2664억원) 중 부동산ABS는 1조8958억원으로 44.43%를 차지했다. 부동산ABS는 처음 도입된 지난 2001년 2.23% △2002년 0.82% △2003년 1.63% △2004년 7.11% 등으로 전체 ABS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했다. 하지만 작년에 24.08%로 높아졌고 올 들어선 전체의 절반 수준으로 늘어났다.

반면 다른 기초자산을 가진 ABS는 발행 비중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올 들어 기업의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ABS는 한 건도 발행되지 않았다. 회사채를 모아 발행하는 ABS(일명 CBO) 비중도 올해는 1.43%(609억원)에 불과했다. 금융기관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ABS(일명 CLO)의 올해 발행 비중은 2.35%(1003억원)로 작년(18.57%)보다 크게 낮아졌다.

카드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ABS는 올 들어 비중이 9.40%로 작년(6.83%)보다는 소폭 높아졌지만,지난 2002년에 절반을 넘었던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발행 상황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정환철 KIS채권평가 평가총괄팀 연구원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급감한 데다 설비투자 부진으로 기업들의 보유현금이 풍부한 상태여서 대출채권 매출채권 등을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부동산시장은 각종 개발사업 등에 필요한 자금을 ABS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방식이 최근 인기를 끌면서 올해 ABS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보험사 크레디트애널리스트(신용분석가)는 "다양한 유형으로 발행되면서 기업과 금융기관의 유용한 자금조달 수단이 돼야 할 ABS가 올 들어서는 한 가지 기초자산에 지나치게 편중되고 있다"며 "자칫 ABS 시장이 금융시장보다 부동산 시황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초래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