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전략물자 수출통제] ⑤ 끝 : 정부부문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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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물자 수출 통제를 가장 철저하게 하는 국가는 어디일까.
9·11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와 전쟁까지 치른 미국일까? 그렇지 않다.
일본이다.
미국 소재 국제무역안보센터(CITS)는 일본의 전략물자 통제 평점을 97.92로 매겨 96.96인 미국보다 앞서는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이 예전부터 전략물자 통제를 잘 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본 기업들이 전략물자 통제 규범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국과 외교 분쟁까지 빚기도 했다.
20년 전인 1986년 미국 정부는 일본 도시바기계가 러시아에 수출한 공작기계가 잠수함에 전용되고 있다는 단서를 포착,일본 정부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일본 정부가 위반 사실이 없다고 미국 정부에 맞서자 미국이 발칵 뒤집혀졌다.
미국 하원을 중심으로 일본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무역보복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일본 정부는 뒤늦게 진상조사를 벌여 미국 정부의 통보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하고 나카소네 당시 총리가 미국 정부에 공식 사과함으로써 분란이 일단락됐다.
일본은 이 사건을 계기로 전략물자 관리를 정부 차원에서 대폭 강화했다.
우선 통상산업성(현 경제산업성)에 전담부서로 무역관리부(한국의 국 단위)를 설치하고 지방정부에도 담당 공무원을 배치했다.
현재 일본의 담당 공무원은 중앙 70명,지방 60명에 이른다.
세관에서는 수출물자가 전략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꼼꼼히 체크한다.
이에 비하면 우리 정부의 대응은 '걸음마' 수준이다.
전담 부서는 산업자원부 내 2개 과가 고작이며 인력도 14명에 불과하다.
북한 관련 전략물자를 다루는 통일부와 기술을 통제하는 과학기술부는 전문성이 태부족하다는 것이 정부 자체 판단이다.
업무 협조 체계는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통일부 과기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해도 최고책임자가 과장급이다 보니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털어놨다.
한 마디로 정부 내 전략물자 통제 문제를 조율할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가 없다는 얘기다.
세관은 전략물자를 점검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외국에 나가는 수출품에 전략물자가 포함돼 있는지 여부를 직접 들여다보는 공무원이 없으며 서류 검토로 끝내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이나 영국은 우리와 사정이 다르다.
미국의 최고책임자는 상무부 산업보안청장으로 차관급이며 영국은 우리의 차관보(1급)가 진두지휘한다.
부처 간 업무 협조가 필요하면 고위직이 만나 빠른 시간 내에 결론을 낸다.
제재 수위도 한국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 엄하다.
규정 위반을 적발했을 때 수출 제재 기간을 보면 한국이 최고 1년인 데 비해 미국과 영국은 각각 25년과 10년이다.
형사처벌 기간도 한국은 최고 5년이지만 독일은 최소 5년,최고 15년에 이른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수출만 장려하지 규정 준수에는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 소리를 국제사회에서 듣는 게 사실이다.
정부 차원에서 기업 자율 준수를 독려할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독일의 경우 수출통제 담당 기관인 연방 경제수출통제청(BAFA)에 기업체의 담당 임원 등록이 의무화돼 있다.
불법 수출에 대한 책임을 기업 고위 인사에게 지우기 위함이다.
한국은 무역 5000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국제사회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제사회는 한국이 그에 걸맞게 새 무역규범인 전략물자 수출 통제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와 제대로 된 시스템의 구축이 무엇보다 급한 시점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9·11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와 전쟁까지 치른 미국일까? 그렇지 않다.
일본이다.
미국 소재 국제무역안보센터(CITS)는 일본의 전략물자 통제 평점을 97.92로 매겨 96.96인 미국보다 앞서는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이 예전부터 전략물자 통제를 잘 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본 기업들이 전략물자 통제 규범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국과 외교 분쟁까지 빚기도 했다.
20년 전인 1986년 미국 정부는 일본 도시바기계가 러시아에 수출한 공작기계가 잠수함에 전용되고 있다는 단서를 포착,일본 정부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일본 정부가 위반 사실이 없다고 미국 정부에 맞서자 미국이 발칵 뒤집혀졌다.
미국 하원을 중심으로 일본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무역보복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일본 정부는 뒤늦게 진상조사를 벌여 미국 정부의 통보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하고 나카소네 당시 총리가 미국 정부에 공식 사과함으로써 분란이 일단락됐다.
일본은 이 사건을 계기로 전략물자 관리를 정부 차원에서 대폭 강화했다.
우선 통상산업성(현 경제산업성)에 전담부서로 무역관리부(한국의 국 단위)를 설치하고 지방정부에도 담당 공무원을 배치했다.
현재 일본의 담당 공무원은 중앙 70명,지방 60명에 이른다.
세관에서는 수출물자가 전략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꼼꼼히 체크한다.
이에 비하면 우리 정부의 대응은 '걸음마' 수준이다.
전담 부서는 산업자원부 내 2개 과가 고작이며 인력도 14명에 불과하다.
북한 관련 전략물자를 다루는 통일부와 기술을 통제하는 과학기술부는 전문성이 태부족하다는 것이 정부 자체 판단이다.
업무 협조 체계는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통일부 과기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해도 최고책임자가 과장급이다 보니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털어놨다.
한 마디로 정부 내 전략물자 통제 문제를 조율할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가 없다는 얘기다.
세관은 전략물자를 점검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외국에 나가는 수출품에 전략물자가 포함돼 있는지 여부를 직접 들여다보는 공무원이 없으며 서류 검토로 끝내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이나 영국은 우리와 사정이 다르다.
미국의 최고책임자는 상무부 산업보안청장으로 차관급이며 영국은 우리의 차관보(1급)가 진두지휘한다.
부처 간 업무 협조가 필요하면 고위직이 만나 빠른 시간 내에 결론을 낸다.
제재 수위도 한국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 엄하다.
규정 위반을 적발했을 때 수출 제재 기간을 보면 한국이 최고 1년인 데 비해 미국과 영국은 각각 25년과 10년이다.
형사처벌 기간도 한국은 최고 5년이지만 독일은 최소 5년,최고 15년에 이른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수출만 장려하지 규정 준수에는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 소리를 국제사회에서 듣는 게 사실이다.
정부 차원에서 기업 자율 준수를 독려할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독일의 경우 수출통제 담당 기관인 연방 경제수출통제청(BAFA)에 기업체의 담당 임원 등록이 의무화돼 있다.
불법 수출에 대한 책임을 기업 고위 인사에게 지우기 위함이다.
한국은 무역 5000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국제사회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제사회는 한국이 그에 걸맞게 새 무역규범인 전략물자 수출 통제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와 제대로 된 시스템의 구축이 무엇보다 급한 시점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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